새해가 다가온다.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조바심도 없고 그런 욕망은 사치라고 여기게 하는나의 위치.
게다가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취미가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그걸 편안하게 생각하는 내가 가끔씩은 무서워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주저하지 않고 샀다.
책을 다 읽어본 다음 괜찮으면 책을 사는 내가 몇 페이지를 읽고 사 버린 이 책은 또하나의 문화에서 나온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이다. 부제는 '새로 쓰는 가족이야기' , 눈치채셨겠지만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아주 재미있고도 알맞는 단어로 맥을 짚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 서동진씨의 게이가족이야기에서는 두어 해를 넘기기 어려운 이성애자 커플에 견주어보면 드물게 '성공한'게이 커플인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가족이란 결혼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혼란이 밀려온다. (나한테는 그랬다)
이 다음은 책의 한 부분을 옮겨 보았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쩜 내가 했던 생각을 그 사람도, 우리모두가 하고 있었다니 !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바로 이것이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동인지 기획서를쓸 때만 해도 이 문장의 '누구'는 선택의 의미였다.
그러나 기획회의, 좌담, 글쓰기 작업을 통해 나름대로 한 발 깊게 생각을 진행시키고 난 지금, 그 '누구'는 불가능을 앞에 둔 '깜짝 놀람'으로 바뀌어 있다. 결혼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족이라는 절대 답안을 깨고, 함께 살아갈 규칙을 만들고, 그에 걸맞는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면 과제, 그러나 우리의 모색작업은 가장 중요한 문제 '사람이 있는가'에서 막히고 말았다. 가족의 틀을 깨는 것도 좋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함께 할 사람은? 그간 이런 저런 사람들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탐색이라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 공통된 결론은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끌고 가기엔 사랑은 너무 빨리 식었고, 생활에서 만날 때 함께 있는 풍요로움보다는 서로 맞지 않는 거슬림이 무궁무진 샘솟았다. 이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럼 저 사람은 ? 아아 저 사람도 아닌가 보다. 그럼 또 누구? 여러번의 시행착오는 자신감을 금세 소진시켰다.
그간 이 자신감 결여를 '나만 억세게 운이 나쁜가 봐' 로 결론지어 가슴 속 깊이 넣어두었는데, 가족에 관한 책을 쓴다고 여러 사람들과 모여보니 그게 아니었다.열이면 열, 같은 문제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그 '누가'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함께 살 그 '누가'있기는 한 것일까? 그 '누구'에 대한 소망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책을 어떻게 씌어야 하나?
언제가 되었든 함께 살 누군가를 찾게 된다면 절대 원칙 중 하나는 '경험자 우대'정책이다. 함께 살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든지, 혼자 사는 동안 삶을 풍요롭게 잘 꾸린 이력이 있다든지, 동거를 통해 함께 살기 연습을 많이 했다든지 하물며 연애라도 많이 해서 인간사에 대해 깨달음을 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스스로 훈련한 경험자를 절대 우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험을 많이 할수록 위기 관리 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미래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질텐데, 예측할 겨를 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삶의 경험뿐이다. 경험은 절대 에누리가 없다. 그러니 바쁘게 인생행로를 달려가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만나 잘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쪽 분야의 커리어 관리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지.
게다가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취미가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그걸 편안하게 생각하는 내가 가끔씩은 무서워질 때도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주저하지 않고 샀다.
책을 다 읽어본 다음 괜찮으면 책을 사는 내가 몇 페이지를 읽고 사 버린 이 책은 또하나의 문화에서 나온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이다. 부제는 '새로 쓰는 가족이야기' , 눈치채셨겠지만 다양한 삶의 형태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아주 재미있고도 알맞는 단어로 맥을 짚어가고 있다. 그중 하나 서동진씨의 게이가족이야기에서는 두어 해를 넘기기 어려운 이성애자 커플에 견주어보면 드물게 '성공한'게이 커플인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가족이란 결혼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하는 혼란이 밀려온다. (나한테는 그랬다)
이 다음은 책의 한 부분을 옮겨 보았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쩜 내가 했던 생각을 그 사람도, 우리모두가 하고 있었다니 !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바로 이것이다.
'누구'와 함께 살 것인가?
동인지 기획서를쓸 때만 해도 이 문장의 '누구'는 선택의 의미였다.
그러나 기획회의, 좌담, 글쓰기 작업을 통해 나름대로 한 발 깊게 생각을 진행시키고 난 지금, 그 '누구'는 불가능을 앞에 둔 '깜짝 놀람'으로 바뀌어 있다. 결혼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족이라는 절대 답안을 깨고, 함께 살아갈 규칙을 만들고, 그에 걸맞는 누군가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면 과제, 그러나 우리의 모색작업은 가장 중요한 문제 '사람이 있는가'에서 막히고 말았다. 가족의 틀을 깨는 것도 좋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도 좋다. 그런데 그 작업을 함께 할 사람은? 그간 이런 저런 사람들을 겪으며 개인적으로 탐색이라 할 수 있는 작업들을 해 보았지만 대부분 공통된 결론은 함께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으로 끌고 가기엔 사랑은 너무 빨리 식었고, 생활에서 만날 때 함께 있는 풍요로움보다는 서로 맞지 않는 거슬림이 무궁무진 샘솟았다. 이 사람은 아닌가 보다. 그럼 저 사람은 ? 아아 저 사람도 아닌가 보다. 그럼 또 누구? 여러번의 시행착오는 자신감을 금세 소진시켰다.
그간 이 자신감 결여를 '나만 억세게 운이 나쁜가 봐' 로 결론지어 가슴 속 깊이 넣어두었는데, 가족에 관한 책을 쓴다고 여러 사람들과 모여보니 그게 아니었다.열이면 열, 같은 문제를 호소했다. 그렇다면 그 '누가'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함께 살 그 '누가'있기는 한 것일까? 그 '누구'에 대한 소망이 불가능한 것이라면 이 책을 어떻게 씌어야 하나?
언제가 되었든 함께 살 누군가를 찾게 된다면 절대 원칙 중 하나는 '경험자 우대'정책이다. 함께 살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든지, 혼자 사는 동안 삶을 풍요롭게 잘 꾸린 이력이 있다든지, 동거를 통해 함께 살기 연습을 많이 했다든지 하물며 연애라도 많이 해서 인간사에 대해 깨달음을 했다든지 하는 식으로 스스로 훈련한 경험자를 절대 우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험을 많이 할수록 위기 관리 능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미래는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질텐데, 예측할 겨를 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삶의 경험뿐이다. 경험은 절대 에누리가 없다. 그러니 바쁘게 인생행로를 달려가더라도 언젠가는 누군가를 만나 잘살아 보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쪽 분야의 커리어 관리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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