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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

집회현장을 보도하면 나오는 단골멘트

by eunic 2005. 3. 1.
아침에 kbs 8시 뉴스를 보는데...
주말에 있었던 집회들을 주제로 다루고 있었다.
농민집회, 민주노총, 그리고 공무원노조 총파업 전야제 등

처음부터 끝까지 그 집회를 한 단체들의 주장은 하나도 실리지 않았다.

단,

집회장에 몰래 술을 반입해 들어오는 늙은 농부와 전경들 사이의 실랑이
추우니까 술이라도 먹으면서 집회를 마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주머니의 멘트.
그리고 전경들이 가로막고 있어서 장사가 안된다는 노점상 할머니.
그와 반대로 장사가 너무 잘돼 맨날 집회만 있으면한다는 오뎅파는 총각의 이야기
또, "먹고 살기 바빠 죽겠는데.." 하는 아저씨들의 으례 꼭 방송되는 단골 멘트까지.

그리고 으례 화형식으로 끝나고, 무수한 쓰레기를 환경미화원들이 힘들게 치우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잘못된 뉴스편집이었다.

난 이 황금같은아침에 그것을 보면서...
"아침마다 만들려니 할 게 없었나.. 시간이 없었나...."
하면서 화가 났다.

이 뉴스는

한쪽에서 먹고 살기 위해서 우린 데모한다고 외치면
먹고 살기 죽겠는데 뭔 데모냐 하면서 편 가르기에 딱좋았다.

한 아줌마는 목을 잘못 잡아서 파리 날리는 모양인데..
"난 너무 좋아" 하는 꼬락서니다.

목적과 본질은 조금도 보이지 않은채...
순간의 이익과 순간의 감정을 실은 멘트들을 여과없이 싣고 있었다.

그래 그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나와서 목소리를 외쳤는데...
그들의 주장은 한 단어도 전파를 못 탔다.
그들이 집회에 있어서 질서를 지키지 않은 점을 부각시키고
집회자리를 치우지도 않고 가는 도덕성을 훼손하기만 바빴다.
또한 이해관계에 따라 두갈래로 갈린 시민들을 비춰주기만 했다.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 아침에 이런 개떡같은, 뉴스 같지도 않은 뉴스를 봐야 하는거야"라고.
"분열을 조장하고 내 일이 아니면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 그대로전파를 타도 되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