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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

TRIBE

by eunic 2005. 3. 1.

TRIBE

어떤 부족이 있었어.
그 부족이 사는 곳은 문명의 이기라는 것들이 전혀 없었지.
오지라 하면 오지라 할 수 있는 그곳에 신을 다스리는 신 아닌 사람이 있었어.
두 부부가 피부에 난 부스럼으로 찾아오면 그는 작은 조각배에 두 부부를 뱃머리에 앉혀놓고 짚묶음 더미에 불을 붙여 그걸 들고 부부 주위에 휘두를 뿐이야.
체온도를 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저 신의 권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마을사람들로부터 여겨지는 사람은 그저 몸안에 들어온 귀신이 병을 갖고서 살림을 차렸다는 단정을 하고 그 부족의 터전인 바다위에서 인간과 여타의 것을 구분케 해주는 불로 귀신의 터전을 없애겠다는 생각이었지.
만약에 말야.
그 부족을 취재하러 갔던 사람들 중에 의사가 있었다면 말야. 그래서 간단한 알약 하나쯤으로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구해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 처음으로 본 믿음이나 인식의 단계도 거치지 않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주 간단하게 아픈 사람을 치유했다면 그 부족은 어떻게 됐을까?
얼마안가 그 부족은 흩어졌을지 모르지.
자기 부족의 병을 고쳐오던 주술사와는 너무도 다르고 쉬워 보이고 놀라웠을테니까.
그들은 더 이상 주술사의 능력을 대단치 않게 여기게 되고 그 마술을 배우러 그 오지를 하나둘씩 떠났겠지.
떠난 그들이 다시 돌아오리란 희망은 없을거야. 오지 밖의 삶은 더 나아진 삶이고 그 오지를 위해 떠난 게 아니라 그 의학에 반해 떠났을테니까.
문명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분열은 더더욱 미세해지고 자기만의 이기적인 삶을 쫓게 되는 것 같아.
그들은 바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
그 까닭은 세력이 비슷하였던 부족이 그들 어업 상권을 장악하였기 때문에 즉 힘을 얻은 육지부족이 그들을 바다로 내몰았던 거야.
그들은 어부였던 까닭에 쉽게 바다에 육지가 아닌 육지를 만들었어.
밥을 해먹기 위해 불을 지피는 것도 쪼그려야만 하는 작은 조각배 위에서 모두 다 이루어졌어.
힘을 잃은 그들이 바다에 고리된 게 그들을 뭉치게 했고, 지금 우리가 납득할 수 없는 방법으로 병을 고치는 주술사만으로도 문명의 이기가 필요없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
동물의 세계라는 다큐를 보면 우리 혹 이런 생각하지 않아 사자같은 맹수에게 잡혀 먹는 아기 사슴을 보면 왜 찍고만 있을까 구해주려 하지 않고 말야.
그 답이 이제야 나오는 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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