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노숙자도 눈에 들어왔지만
치마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제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촌년소리 안 들으려고
언니 치마를 입던 기억이 났어요.
그땐 세끼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고 토실토실한 첫째 언니의 아이들 때문에
정신건강도 아주 좋았던 시절 직후라
서울에 와서 참 춥게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되어버렸지요.
정말 어느순간 몸이 아프면서 뛰는게 무서워졌어요.
꼭 그순간 쓰러져서 죽을 것 같았거든요.
그러면서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구두는 운동화로, 치마는 바지로, 옷은 하나에서 3개로,
뛰어다니는 것 포기.
저희집 식구들은 제가 개량한복에 짚신신고 다닐까봐 걱정이래요.
예전에 제가 지하철 환승 계단을 지각해서 뛰는데
구두굽소리가 우렁찼는지 한 아저씨께서 뭐라고 하셨어요.
그때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룰루랄라 내려갔어요.
직장에 와서는 " 여자들 치마를 입힌 것도 구두를 신긴 것도 다 남자들인데
남자들이 구두소리 난다고 뭐라 할 수 있는거야 "라면서 항변했는데
"그건 궤변이야"라는 답을 들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몸이 살아있었다는 것을 느껴요.
니들이 젊음을 알아 하면서 시건방졌던 태도에서 말이죠.
다시 치마 입어보고 싶어요.
오늘같이 추운날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부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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