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와 연극은 다르다?”
[미디어오늘 2004-09-02 00:00]
[미디어오늘]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단장 박찬숙 의원)가 지난달 28일 구례 연찬회에서 공연한 연극 ‘환생경제’가 대통령과 개혁세력에 대한 비하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대사 일부가 대통령에 대한 성적 비하를 넘어서 여성비하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관성 잃은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연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연극은 연극으로 봐달라”고 해명한 뒤, “내용은 도외시 한 채 아주 부분적인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임태희 대변인) “마당놀이의 특성이 있는데 문화 경험이 일천하셔서 그런 것 같다”(전여옥 대변인)며 정부·여당을 탓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 패러디’사건 때 한나라당이 보인 행보에 비추어보면 이 같은 주장은 일관성이 없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 대표에 대한 패러디를 ‘당 대표에 대한 모독’ ‘성희롱’으로 규정, 대통령 사과·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홈페이지에 ‘저주의 굿판’이 벌어지고 음란 사이트를 방불케 하는 천박한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다”는 논평을 냈고, “말이 안되는 한심한 일”(박근혜 대표) “야당지도자 모독사건을 실수로 치부하고 대충 넘어가겠다는 정부여당은 정말로 부도덕한 집단”(김덕룡 원내대표)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추궁했고, ‘청와대 저질 패러디 진상 규명 및 재발 근절대책 특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한나라당 여성의원 15명은 세 차례 성명을 내며 여성부의 직권조사를 요구했다.
▷성희롱 주장하던 한나라당이 여성비하에 앞장= 여성계에서는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그 놈은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이야” 등의 대사가 대통령에 대한 성적 비하를 넘어서 여성비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사는 성기를 달면 그에 맞는 능력을 보여야한다는 논리로, 남성의 성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여성들은 그것이 없기 때문에 열등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희진 서강대 강사(여성학)는 “상대방에 대한 비하가 젠더 메타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남성의 성기를 빗댄 대사는 그런 면에서 여성비하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연극에 참여한 박순자 의원은 “호남 특유의 표현을 통해 민심을 대변하려 한 것으로 웃으면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해명했다. 이는 박 대표의 패러디를 ‘여성비하’ ‘성희롱’이라고 적극적으로 규정했던 태도와는 상반된 것이다.
▷패러디는 안되고 연극은 된다?= 여성신문 사장 출신인 이계경 의원(여성위)은 “드라마로 얼마든지 가능한 내용”이라며 대통령 비하 논란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연극과 박 대표 패러디를 비교하자 “언제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말한 적 있느냐”고 한 발 물러 선 뒤 “(연극과 달리) 박근혜 대표 패러디건은 박 대표의 얼굴이 등장하는 명백한 초상권 침해이고 성희롱”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진씨는 풍자 논란과 관련해 “비유의 전제가 되는 것은 본질화되기 마련”이라며 “예를 들어 ‘내 마음은 호수요’라는 표현이 가능한 것은 호수가 본질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패러디 또한 패러디의 원재료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패러디가 패러디가 아닌 현실인 것처럼, 풍자는 현실을 담고 있다”며 이 의원의 설명을 반박했다.
미디어오늘 이선민 기자 jasmin@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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