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발명한 가장 잔인한 것은 전쟁과 가정폭력
: 정희진(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전문위원)
인류가 발명한 가장 폭력적인 것 두 가지 중 하나는 전쟁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는 무엇일까. 여성주의자들은 바로 '가족'이라고 말한다.
정희진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전문위원은 2일 저녁 이화여대에서 가진 '또하나의문화' 강연에서 거침없이 가족은 폭력적이라고 말한다.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은 '여자가 자궁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면, 성대가 있는 사람은 모두 오페라 가수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가정폭력이 발생한지는 5천년이 넘었지만, 인류가 그것을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오랫동안 '숨겨진 범죄'였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 실상을 믿기 힘들어하며, 가정폭력에 대한 가해자(남성) 중심적인 편견도 여전하다.
정 전문위원은 '가정은 휴식처'라는 통념은 가정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들(남성)의 생각만을 반영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가정은 노동의 현장이고, 어떤 여성과 아이들에게는 폭력의 공간이다. 가정이 안식처라는 말은 '사실'이라기보다는 희망사항이거나 현실을 위장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다. 가정이 평화로운 공간이라는 일반적인 시각 때문에, 사람들은 가정에서 목숨을 담보로 하는 수준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예를 들어, 만일 똑같은 행위에 대해 어떤 사람(때리는 남편)은 '사랑'이라고 주장하고 어어떤 사람(맞는 여성)은 폭력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할까.
가정폭력은 '특정한 시각'을 가졌을 때만 보인다. 즉, 일상적인 가부장제 안경이 아닌 다른 안경(여성주의)을 썼을 때만 보이는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가정폭력 문제를 인식하고 피해 여성을 돕기 위해서는 그 '특수안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정 전문위원은 지적한다.
또한 남편의 폭력을 참고 있는 피해 여성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접근, 즉 여성의 무기력이 폭력을 유발한다는 관점도 문제다.
아동*노인학대는 사회의 즉각적인 개입이 강조되지만, 아내폭력은 언제나 부부간의 심리적인 문제가 되면서 '비바람은 집안에 들어가도 법은 집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논리가 강조되는 현실은 문제다.
아내 폭력은 부부관계의 극단적, 일탈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가족 내 남편, 아내의 성역할 규범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상적인'사건으로 현재의 가족 구조 그 자체로부터 기인한다.
아내구타는 심각성과 관련없이 그 자체로 사회적인 문제로 간주돼야하며, 아내구타에 사회의 중재, 개입이 필요한 이유는 가정을 파괴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폭력이 여성의 건강과 행복추구권을 말살하기 때문이다.
장성순 기자 newvoice@ngo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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