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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직장생활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by eunic 2005. 2. 24.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직장생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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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며 내가 배운 것은 사람들은 연출을 신뢰한다는 것이다. 비록 머리에서 지진이 나고 고향에서 홍수가 나고 당장 애인이 이별을 일방적으로 선언할지라도 절대 히스테릭한 표정을 지으면 안 돈다. 일에 대한 긴장을 잠시라도 늦추어서도 안 된다. 물론 사람드은 사정을 들으면 이해하겠지만 나에게 득이 되는 행동을 아니다. 나는 그런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의 동정이란 화상 입은 개구리에게 보내는 시선마큼 짧고 무의미한 것이다. 그들은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내가 불성실했던 것만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화장이 완벽해야 한다. 완벽하지 못한 화장이라면 차라리 파우더만 두드리고 끝내는 것이 낫다. 완벽한 화장은 표정을 지워주고 개인적인 감정의 그늘을 최대한 없애준다. 그것은 언제나 나를 상냥하고 여성적인 이미지로 완성시켜줄 것이다. 나는 십 년 동안의 직장생활동안 그런 긴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맙소사! 화장실에서 다시 한 번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새 뾰루지는 더 커져 있었다.. 자존심 상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평상시의 나 같으면 오후에 당장 피부과 병원을 갔겠지만 지금은, 지금은 이꼴로 여동생의 결혼식에 가야 한다. 이런, 또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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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인 척하면 목소리를 굵게 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취하게 되면 여종업원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해도 '이 쌍년, 손님을 뭘로 알고 지랄이야!'하고 삿대질을 해댄다. 야간 여상 졸업자나 혹은 자신보다 더 높은 레벨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여자에 대해서는 경멸과 시기에 찬 모함을 뒤에서 늘어놓는다. 그의 머리통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똥과 편견, 두 가지 종류밖에 없다. 흔히 중년 남자에 대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악덕을 남김없이 가지고 있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건만 그래도 언제나 볼 대마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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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요령은 여러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고 거기에 자기자신을 적응시키고 단련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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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 꼭 이런 남자의 악덕을 모두 가진 사람이 만나기 마련, 나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