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날을 센다

강릉 공사현장 붕괴사고, 매몰자 모두 숨진채 발견

by eunic 2011. 1. 14.

강릉 공사현장 붕괴사고, 매몰자 모두 숨진채 발견

| 입력 2011.01.14 07:46 【강릉=뉴시스】김경목 조병수 기자 chobs@newsis.com

지난 13일 오후 4시38분께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 수로터널 공사 현장에서 높이 7m 길이 25m 거푸집이 무너지면서 매몰된 작업 인부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매몰자 4명이 모두 주검으로 발견됐다.

매몰자 4명 중 마지막으로 발견된 김명기씨(43·강릉 노암동)는 사고 발생 14시간여 만인 14일 오전 7시6분께 시신이 일부 훼손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매몰지 입구에서부터 약 15m 떨어진 곳에서 누운 채 콘크리트 더미에 묻혀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119구조대는 그러나 매몰 희생자 가운데 김씨를 발견한 지점이 가장 심하게 철근이 뒤엉켜 있는 데다 시신 전체가 콘크리트 더미에 파묻혀 주검을 발굴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앞서 119구조대는 고(故) 성일중씨(68·강릉 강동면 하시동리)를 사고 발생 12시간을 넘긴 이날 새벽 5시15분께 발견했다.

또 같은 날 새벽 1시7분께 매몰지 입구에서 약 13~14m 떨어진 곳에서 고 이희영씨(44·강릉 송정동)의 주검을 발견했으며, 처음 발견된 고 김재근씨(50·강릉 성산면 구산리)는 사고 발생 7시간 만인 지난 13일 밤 11시43분께 약 2.5m 깊이의 콘크리트 더미 속에 매몰된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700t에 이르는 콘크리트 더미와 철골구조물에 매몰된 인부 9명 중 5명이 구조되거나 스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지만, 4명은 구조되지 못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숨진 채 발견된 세 인부의 주검은 119구급차로 옮겨져 강릉 동인병원 영안실로 운구됐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조인갑(59·강릉 노암동), 임재석(52·강릉 성산면 금산리), 강창학(41·강릉 입암동), 김현숙씨(31·강릉 홍제동) 등 4명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스스로 탈출한 이지형씨(49·강릉 교동)는 부상을 입지 않아 귀가했다.

조씨와 임씨, 김씨는 강릉 고려병원에서, 강씨는 강릉 아산병원에서 각각 치료를 받고 있다.

119구조대는 최초 발굴된 김씨를 발견하자마자 중장비를 멈춘 채 서둘러 삽으로 콘크리트 더미를 파헤쳤지만, 김씨의 주검을 발굴하는데 무려 47분이 더 걸렸고 이씨는 14분이 더 소요됐다.

사고 현장은 대관령 산자락 아래에 위치한 골짜기여서 찬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지면서 매몰 인부들을 구조하는 119구조대원들이 밤새 추위에 떨며 구조 작업을 벌였다.

특히 중장비까지 동원해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지만, 폭삭 무너져버린 콘크리트와 엿가락처럼 휘어져버린 철골 구조물이 700t 가까이 돼 구조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구조 작업을 지켜보던 매몰 인부들의 가족들이 더욱 애를 태웠다.

이날 사고는 콘크리트 하중을 이기지 못한 지지대가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공사 감리관인 한국산업안전관리공단 송인용 부장은 "일명 동발이로 불리는 지지대가 추운 날씨에 공사가 진행되면서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정확한 것은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본 뒤에나 말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무너진 콘크리트의 양은 350㎥로 이는 레미콘 50대 분량"이라며 "무게로 따지면 700t에 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강원타워

크레인 공석현 지회장은 "7m 높이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엔 시스템공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고 현장에서 사용한 공법은 일반 건설현장에서만 쓰는 서포터(지지대)를 이용해 공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건설현장 관계자는 "동발이 지지대는 ㄷ자 모양으로 7m 높이의 콘크리트 하중을 견디지 못해 이런 경우엔 ㅁ자 모양으로 된 시스템공법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전문공(인력)이 있지만 이날 현장에선 일반 노동자가 이 일을 대신한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구조된 인부는 "우리들이 콘크리트를 받고 타설 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푹 꺼지면서 모두 파묻혔다"고 말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진행된 토목공사도 경찰 조사에서 밝혀질 대목이다. 관련법은 영하 5도 이하에서 예열기 없이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매몰 구조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S건설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부실시공 및 산업안전법을 위반한 혐의가 드러날 경우 모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 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