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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말레이곰 꼬마, 원치않는 금욕 생활 중(?)

by eunic 2010. 12. 24.

말레이곰 꼬마, 원치않는 금욕 생활 중(?)

일간스포츠 | 권오용

| 입력 2010.12.24 07:58 | 수정 2010.12.24 10:21

'꼬마는 크리스마스가 외롭다?'

지난 6일 서울동물원 우리를 탈출해 9일간 탈주행각을 펼쳤던 6살 말레이곰 '꼬마'가 다시 돌아온 지 10일이 지났다. 오랜 산 생활에도 건강하게 돌아온 꼬마는 동물원을 찾는 관람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스타가 됐다. 그러나 우리 생활은 만족스럽지 않다. 한창 혈기 왕성할 때지만 짝짓기를 할 색시가 없어서다.

24살 연상 암컷 '말순이'와는 10일만에 재회를 했지만 반가운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다. 탈출 이유 중 하나로 말순이와의 불화설이 제기될 정도로 사이가 안좋은 짝꿍과의 한 집 살림을 다시 시작한 꼬마를 크리스마스 이브 하루 전인 23일 직접 찾았다.

이날 오후 3시께 서울동물원의 곰사에는 영하의 날씨로 관람객들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다른 곰사와 달리 철창살이 처져있는 말레이곰 곰사에는 스타곰 꼬마가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고 있었다. 관람객이 다가오면 창살 사이로 앞발을 불쑥 내밀기도 하고 나무에 올라가는 등 쉼없이 움직였다. 반면 한쪽 구석에 말순이가 꼬마와 멀찍이 떨어져 앉아있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은 듯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꼬마가 가까이 오면 슬쩍 자리를 피했다. 항상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박선덕(44) 서울동물원 복지과 팀장은 "둘이 사이가 좋지 않다. 꼬마가 탈출했다가 돌아와도 여전하다"며 "아무리 봐도 둘은 가까이 할 수 없는 사이"라고 귀띔했다.

꼬마가 지금은 말순이를 거들도 보지 않지만 2006년 동물원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짝짓기를 몇 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말순이가 24살로 번식 능력이 사라진 후여서 매번 실패했다. 박 팀장은 "말순이는 여자로 보면 더 이상 생리를 하지 않는 폐경 상태"라며 "꼬마가 뭘 하든 귀찮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말순이는 꼬마 근처로 가지 않았다. 먹이를 줘도 꼬마가 먹고 있으면 멀리 떨어져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말레이곰의 청년기는 대략 10살까지다. 이대로라면 꼬마는 청년기를 원치도 않는 금욕 생활을 하며 보내야 할 판이다. 동물원측에서 젊은 암컷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고 말레이곰이 멸종위기에 있기 때문에 짝을 찾을지도 미지수다.

곰사를 찾은 한 관람객은 "내일이면 연인들의 사랑이 꽃핀다는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꼬마는 할머니곰하고 보내야겠다"며 "동물이지만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 마디 던졌다.

과천=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