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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지율스님 단식메모

by eunic 2005. 2. 24.

"지율스님 제발"


(::"山 관통 반대" 단식 36일째::)

"지율스님, 제발 단식을 그만두세요. 저희가 대신 굶겠습니다."

환경/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율스님 살리기에 나섰다. 경부고속철도 관통으로 파괴될 위기에 처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단식중인 지율스님의 생명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천성산 자락의 내원사 비구니 지율스님은 지난 2~3월 38일 동안 단식을 벌여 정부의 경부고속철도 금정~천성산 노선 재검토 방침을 이끌어낸 장본인. 그러나 보람도 없이 기존노선 강행이 결정되자 지난달 4일 다시 단식에 돌입, 8일 현재 36일째 단식중이다.

단식 시작 전 지율스님은 40일간 하루 3000배 기도와 8일간 삼보일배 수행을 해 지쳐 있었고 지난 3월 끝낸 38일간의 단식으로 상한 몸이 채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천성산보다 지율스님 목숨이 더 위험하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희정기자 nivose@munhwa.com


고속철도 공단에서 지난10월 도롱뇽소송 지지선언을 해주었던 선생님들께 설명회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90 여일의 긴 기도로 거리에 서 있는 내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그들이

천성산과 인연된 사람들의 발걸음을 막기 위해 이제 또다시 단식장 주변을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있다.

수녀원엔 쌀을 보내겠다고 하고 절에는 문광부 직원들을 보내 무너진 돌담을 기웃거리는 그들, 그들에겐 아직도 못하는 것이 없는 것일까

천개의 문이 열려있어도 들어오지 못하고

천개의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그들을 향해

바람소리 슬픈 가을의 뜨락 이야기나 해야겠다.


단식 서른 아홉날

눈에 흙이 들어가도 천성산에 구멍을 내게하지 않겠다"고

기억도 흐린 꿈의 끝에서 소리를 버럭 지르며 새벽잠에서 깨어났다.

눈물이 주륵 흘렀다.

내 깊은 무의식까지 찾아와 나를 위협하고 있는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이 깊은 어둠이 싫다.

천성산 문제에 깊이 관여했던 청와대의 간부와 통화했던 지인의 말을 빌면

그들은,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한다.

죽이진 않는다고 한다.

입원실까지 정해져 있다고 한다.

준비가 다 되어 있다는 그들의 대답이 마음을 아프게한다.

죽이진 않는다는 그들의 말이 가슴을 쓰리게한다.

입원실까지 정해져있다는 그들의 말에 울컥, 눈물이 난다.

그들은 그들 식의 해결방법이 있다.

준비가 다 되어있다.

죽이진 않는다.............

못할게 없다.

내 꿈으로 까지 찾아와 나를 위협하고 간다.

슬픈 꿈이었다.


단식 서른다섯날

사람들이 내게 와서 묻는다.

산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냐고,

그럴때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이곳에서도 하늘은 마음껏 볼수 있고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도 느낄 수 있다고

깨달은 사람은 속세에 있으면서도 속세에 물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영락없이 속세에 물들어버렸다.

슬픔과 분노도 나의 몫이 되어버렸고,

한숨과 애증도 나의 몫이 되어버렸다.

영육간에 이 싸움은 사바의 꿈일까


단식 서른두날

걸을 때 마다 뒷발굼치가 신발에서 빠져나간다.

아, 하고 마음속으로 짧은 비명을 지른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제 내게서 헐거워져가고 있다.

자꾸 흘러내리는 바지춤도

자꾸 품이 넉넉해지는 적삼도....

오후에 정보과에서 찾아와 강제입원을 시키겠다고 한다.

그것이 현재 침묵하고 있는 청와대의 지시사항이다.

저들은 헐거워져가는 내 육신에 또다시 손을 대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면 ...내가 사랑했던 모든것에 손을 댈것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두려워하지 않는것은 무엇일까?

비리와 폭력으로 얼룩져가는 이 사회의 풍토에서

날마다 죽어야 사는 이 사회에서

죽음에 대해 연민 할리 없는 저들이.....

나는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또한, 진실의 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단식 스무닷새날 - 어머님의 전화

밤 늦은 시간에 마을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읍니다.

어머님은 수화기에 대고 목소리부터 잠기셨습니다.

남들처럼 살면 안되느냐고,

처음 출가를 했을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들처럼 살면 안되느냐고,

이만큼 무심하게 멀어져왔는데도 아직도 마음의 끈을 놓지 못하고 계신 부모님을 향해

잘있으니까 걱정마세요

퉁망스럽게 대꾸합니다.

"그게 잘있는거가"

전화를 끊고 가로등 불빛만이 휭한 거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읍니다.

이 삭막한 거리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넘는 꿈을 꾸다

길을 잃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 버릴것 같다고

어머님에게 이야기 한들......


단식 열흘째 - 모형도만들기

천성산 모형도를 만들면서 마음속으로 등고선을 따라 가을 산행을 하고 있읍니다.

가을물은 시리도록 푸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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