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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64

츠네오의 등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어제 난 무엇에 홀린 듯 6시 15분 타임 영화를 보기 위해 달렸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혼자서라도 보겠다는 생각으로. 여자 주인공인 조제는 다리가 불편하다. 할머니가 끌어주는 유모차 속에 숨어 세상을 가끔씩 구경나온다. 그러다 인기많고 바람둥이 대학생 츠네오를 만나게 된다. 조제가 해준 밥이 너무 맛있어 조제의 집을 들락달락하게 된 츠네오는 이내 정규학교도 다니지 않았지만 많은 걸 알고 있고, 조금은 엽기스러운 조제를 좋아하기 시작한다. 조제도 츠네오가 좋아지기 시작한다.조제에게 바깥세상을 구경시켜주던 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츠네오는 조제를 찾아가고 조제는 가지 말라고 애원한다. (츠네오가 조제를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연민의 감정이 더 큰 것 같다... 2005. 3. 3.
전등사에 다녀오다 토요일 감기에 심하게 걸린 상태로 병원 대신 절을 찾았다. 그 이름도 아름답고 전설이 서려있는 듯한 '전등사'를 서울 사람이 되고나서 간 관광지가 북한산 외에는 처음이다. 북한산도 혼자 갔지만 전등사도 혼자 물어물어 찾아갔다. 신촌 시외버스터미널 찾는 것부터가 나에게는첫번째 난관이었다. 한 세사람한테 물어서야 터미널을 찾은 나는 1시간 20분이 걸리는 버스를 타고 있을 동안 멀미를 안하기 위해 열심히 잤다. 내려서 또 열심히걸으니 전등사 도착.... 아주 작고아담한 절이었다. 불상의 크기나 절간의 크기를 자랑하지 않는 점에서 참 좋았다. 열심히걸어도 앉아있어도 1시간이 흐르니 좀이 쑤실만큼 작은 절이었다. 실은 이 전등사 대웅전의 나부상을 보러왔다. 아픈 몸을 이끌고 온 이유는 그 나부상이 갑자기 생각나.. 2005. 3. 3.
좋아해와 사랑해 어느날이었다. 그날은 발렌타인데이였다.그는 내게 00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해"라고 말했다. 나의 대답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아마도 나의 대답을 오해한 것 같았다. 나는 설명했다. "고양이는 쥐를 좋아하지 사랑하지는 않아. 내가 팥빙수를 좋아한다고 해서 팥빙수를 사랑한다고 오해하지는 않겠지. 나는 그를 사물로서 좋아해 보고 있으면 좋은 사람, 착한 사람, 특이한 사람이야. 나는 그를 팥빙수처럼 좋아해 그렇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 " 라고 그렇게 사랑해와 좋아해의 차이를 이해시켜야만 했다. 아직도 내 맘속에는 사랑해의 그는 사랑해 상태이고 좋아해의 그는 좋아해에 머물러 있다. 2005. 3. 3.
와눈헤쿤 <그러나, 기억하라>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세요 모르고 한일인데‥가을이 깊다. 거의 끝자락에 온 듯하다. 이제 곧 저 찬란하게 물든 잎새들은 지고, 낙엽마저 세찬 바람에 날리다 마침내 서리에 하얗게 덮이리라. 그렇게 가을이 가기 전 (윤지련 극본, 최창욱 연출)를 만난 것은 작지만 단단한 기쁨이다. 문화방송 베스트극장 600회 특집으로 지난 5일 밤 안방극장을 찾은 단막극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재난 후일담’을 이야기 소재로 삼았다. 아직 기억에 생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로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 환(김정근)의 이야기가 큰 축이다. 환은 아내(신은정)를 따라 프랑스로 가기 위해 청국장을 좋아하면서도 프랑스 요리를 전공할 정도로 아내를 사랑한다. 드라마는 초반 임신한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해주고, 배가 .. 200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