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아니스트12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2] 얼음의 외면, 불꽃의 내면 클로드 샤브롤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결코 요조숙녀일 수 없다. 언제나 스스로 죽어가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악녀 이미지의 위페르는 결국 자기 파괴적 공격욕의 화신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을 벌이고야 마는데, 그러한 가운데 드러나는 이자벨 자신의 균열과 살의는 결국 샤브롤이 겨냥한 부르주아적인 삶의 균열을 드러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하게 된다. 나치 점령기에 불법 낙태와 매춘을 하며 정부와 놀아나는 지독한 여자 위페르나 고고하고 순진한 척하지만 약아빠진 습성이 몸에 밴 의 이자벨 위페르를 어떤 여배우가 따라올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눈빛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타락과 속물 근성에 젖어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온전히 밀쳐낼 수 없게 만드는 촛농 속의 .. 2005. 3. 14.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1] 얼음의 외면, 불꽃의 내면 수많은 유리문을 지나 여자는 음악당을 나온다. 지갑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칼을 거머쥐고 들어간 여자였지만 막상 어린 제자를 보자 그 칼로 아이를 찌를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여자. 헤아릴 수 없이 겹겹이 포위된 음악당의 유리문을 밀치고 나오는 여자의 얼굴은 마네킹처럼 무표정하다. 유리문은 겹겹이 숨겨진 불꽃처럼 여자를 포위하고 그녀는 그 문을, 겹겹이 포장된 무의식의 터널을, 힘겹게 밀치고 나온다. 어디로 갈까. 여자는 말없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린다.2001년 칸영화제는 피아니스트의 히로인, 이자벨 위페르의 발 아래 여우주연상을 갖다바쳤다. 예외없는 결정이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예감한 수상이기도 했다. 이미 위페르는 1978년 로 칸영화제 주연여우상을 수상했.. 2005. 3. 14.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3] 잔혹한 감정적 빙하추천작 Part II - 심야가 좋다 : 미카엘 하네케의 밤1998년 런던에서 열린 미카엘 하네케 회고전에서 한 비평가는 그를 ‘논쟁적인 실존주의자’로 다소 느슨하게 규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일관되게 지닌 불편함에 대해 관객에게 경고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미카엘 하네케와 그의 전작들에 대해 이렇다 할 노출이 없던 국내에 하필 가장 ‘악명’ 높은 (1997)이 만들어지자마자 곧바로 찾아왔으니 경기를 일으킬 만하다.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실실 웃으며 일가족을 끔찍하게 고문하고 몰살시켜버리는 가공스런 뻔뻔함이라니. 그런데 상종 못할 듯했던 그 인간이 이번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비평적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2002)를 보내왔다. 이자벨 위페르의 놀랍도록 치밀.. 2005. 3. 14.
정신분석학적으로 본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2] 페미니즘 `퍼니 게임` 그녀는 거부한다, 항거한다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에리카는 대타자로서의 위치를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마조히즘적인 위치를 고수하려 든다. 그러니까 상징계에서 작동하는, 아버지의 법에서 부과하는, 누군가의 대타자가 되는 여자를 거부하고 실재계에서 올라온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려 드는 것이다. 비극은 시작된다. 그녀는 클레메라는 아이를 품에 안고 거울에 그를 반사시키는 위치, 사회가 부여하고 있는 멜로 장르의 연상의 여인의 역할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그것은 에리카 안에 가득 찬 나르시시즘에 쌓여 있는 죽음의 충동, 자신 안에 있는 해골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실 상징계에서 남근처럼 보였던 피아노 치는 여자의 위치는 가짜 주체, 에리카의 .. 2005.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