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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12

그녀는 미쳤다 미친 그녀는 바로 우리다 ‘피아니스트’ 미카엘 하네케 ‘그녀’는 미쳤다. 마흔 나이에 찾아온 젊은 애인에게 새도마조히즘으로 가득찬 편지를 보냈다. 그가 그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성기는 오그라들었다. 그녀를 향한 팬터지가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자신의 오만함을 모두 버리고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긋지긋한 사랑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은 그런 복수극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의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교양과 상식으로 포장된 우리의 내면에 대해 질문하면서 그 내면을 갈갈이 찢어버린다. 감독이 보기에 인간이란 불결한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 쓰레기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따르다 보면 그 쓰레기는 동정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계란 네 개를 빌미로 한 가족을 끝장내는 지긋지긋한.. 2005. 3. 14.
오!사랑하고 싶은 그녀,[피아니스트] 아가씨 VS 건달 사랑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는다. 2003년 비가 추적거리는 1월의 어느 주말 코아아트홀에서 를 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태였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걸 확신했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게 됐다.그 여자, 피아노를 통해서만 세상에 말을 건넨다. 피아노를 치지 않을 때, 그 여자, 명령하고 부인하고 거부한다. 석고 같은 표정, 굳게 닫힌 입술, 꼭꼭 채워진 코트의 단추, 피아노 건반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듯한 파선의 걸음걸이, 그 어디에도 타인이 틈입할 틈은 없어 보인다. 검고 하얀 두 종류의 직사각형이 빈틈없이 일렬종대로 늘어선 이 권위적인 악기를 두드리면서 그 여자,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건달,하네케의 를 보고 그.. 2005. 3. 14.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피아니스트]에게 2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 는 '사랑은 여자의 일이되, 사랑의 주체는 남자'라는 이 체제의 법칙을 거부한 여자가 그녀 가슴의 내파(內波)를 견디지 못하고 자폭한 이야기다. 어떤 여자들에게 이 영화는 당황스럽고, 어떤 여자들에게는 혼란스럽다. 어떤 여자들에게는 극심한 통증이다. 언제나 상처는, 해석은, 이야기는 자신의 풍경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한참 추울 때 혼자 이 영화를 보고 온 후 나는 이틀을 몸져누웠다. 내게 기운을... 기운이 너무 없었다. 이런 나의 '감수성'에 감탄하거나 조소하던 친구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팠다고 고백한다. 이 영화가 당황, 혼란스러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사랑하는 젊은 남 자로부터 피학증(매저키즘)을 원하는 위페르의 욕망은 페미니스트의 '정치적 올바름'에 딴지.. 2005. 2. 28.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피아니스트]에게 1 여성주의 저널 에 게재 / 정희진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에게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새삼 대한민국에 이런 지면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이 작고 겸손한 매체조차 많은 여자들이 진땀 흘리고 흥분하고 모욕당해가며 얻어낸 것이리라. 이렇게 촌스런 말로 서두를 시작하는 것은 자기 검열로 떨고 있는 소심한 나를 자위(自衛)하기 위함이다. 며칠 전 어느 대학에 강연을 갔다.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태어난다면 두 가지 점에서 남자로 살고 싶다"고 했다. 하나는 (아무리 낮은 계급의 남자라도)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그 많은 자질구레한 진 빼는 노동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점, 그래서 그들은 '이성'적일 수 있고, 초월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질문 시간에 어느 학생이 .. 2005.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