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굽이 닳아 딱딱소리가 나는 여름용 샌들을 고치러 회사앞 구두방에 들렀다.
"아저씨, 아저씨 구두고치러 왔는데요"라고 말해도 대답이 없다.
뭔가 바쁜가 보다 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내 구두를 보더니 냉큼 빼앗아 고치기 시작했다.
굽을 골라 금세 갈아끼우고 신발 앞부분도 깨끗이 닦아주고, 뒷굽을 아주 오랫동안 구두약을 발라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3개를 펴보였다.
그 아저씨는 농아였던 것이다.
왠지 구두수선표가 떡하니 걸어져 있는 것이 조금 신기했었다.
내 굽을 고칠동안 나는 더이상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꼼꼼하게 신경을 쓰면서 구두를 고치는 모습에서 갑자기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예전에 가수 한영애가 꽃을 보면 왜 아름답다고, 이쁘다고 말해하는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지냈음을 시인한적이 있다.
나는 말을 하지 않으면 죽을듯이 말을 미친듯이 하고 살았다.
그래서 내게 구두고치는 아저씨로 다가와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이 아름다울 수,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알려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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