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통신]망령이라도 되어 싸우리라 공생은 가능한가?-〈루트 181〉(속) |
[한겨레]2005-11-04 01판 M07면 2977자 |
‘루트 181’ 영화가 일본서 다큐상을 받았다 아랍인 감독과 10년만의 해후 “공생은 가능한가?” 재일조선인 질문에 유대인 감독 시반이 대신 답했다 가해자 양심이 움직여야 한다고 일본인 학생 200명이 들었다, 다행이다 나의 우인인 가게 주인도 우리 이야기에 끼어들어 4·3사건을 경험한 자기 친척 얘기며 오사카에서 차별받아가며 가난하게 자란 자신의 얘기를 먼 데서 온 손님 두 사람에게 털어놨다. 가게 안주인(우인의 처)은 제주도에서 밀항해온, 이른바 ‘불법체류자’였다. 두 사람은 일본사회의 몰이해 속에 서로 기대듯 다독거려가며 이 자그마한 가게를 꾸려온 것이다. 다행히 부인은 쾌활한 성품에 요리에도 재능이 있어서 가게는 번창했다. 우인은 나와 같은 일본 태생의 재일조선인 2세지만 최근 부모 고향인 제주도에 자그마한 땅을 살 수 있었다. “죽을 때까지 한번은 내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은 좀더 애쓰지 않으면 여생을 편하게 보낼 여유가 도무지 없다”고 그는 말했다. 베라도 클레이피도 디아스포라(이산민족)다. 그들은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때 처음 알게 됐지만 금방 자신들의 처지에 비춰보고 이 불고깃집 주인 얘기를 이해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의 부당한 점령을 기정사실로 승인하고 원래 살고 있던 선주민인 팔레스타인인을 명목만의 ‘자치구’에 가둬버리는 격리와 지배의 정책이었다. 사실상의 굴복을 의미하는 이런 ‘합의’를 팔레스타인쪽이 수용했다는 사실이 클레이피에겐 충격이었던 것이다. 팔레스타인 땅이 지배자 유대인 군사국가와 피지배자 팔레스타인인의 약소국가로 분할된다. 그것은 모든 민족과 종파들이 평화적으로 공생하는 비종교적이고 민주적인 단일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고자 했던 그의 희망을 박살내는 것이었다. 그것은 결의의 문제이고 삶의 방식의 문제입니다. 만일 내일 이 일본사회가 이스라엘처럼 돼버린다고 합시다. 이 대학 정문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군대가 학생 한사람 한사람의 신분증명서를 체크합니다. 일본인이라면 프리패스(자유통행)지만 재일조선인들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온갖 심문을 다 받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행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합시다. 그때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신은 일본인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불의를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은 일본인이기 때문에 더욱더 이 부당한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항의할 것인가. 그런 결의와 삶의 방식의 문제입니다. 나는 후자쪽 삶의 방식을 실천하려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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