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리 모던락을 좋아하지 않았다.
멜로디에 숨죽인 가사가 맘에 들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들긴 했지만,,,,
암튼 그것은 모던락을 한번이나 제대로 듣고 한 이야기는 아니였다.
그때 당시 델리에 미쳐 일상생활이 위태해 보이는 친구를
무슨 궤변이든 끌어모아 친구가 가자는콘서트를 저지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조금 생각을 하니 친구가 좋아하는 그 예술가를
나도 한번은 진지하게 들어주고 판단해주자는 생각에공연을 가게 됐다.
델리 콘서트의 막바지에 이르러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이라는 노래가 나오기 전
보컬 김민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쟁, 폭력, 죽음보다도 외로움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저는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그리곤 김민규 씨는 준비한 영화인 한니발에서 자신의 뇌를 썰어 후라이팬에 익혀서 먹는 장면 등을 (모자이크 처리없이는 볼 수 없었던영화 장면)을 보여주었다.
돌아와서 굳이 저 영화를 틀어주어야 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씩 영화의 너무도 높은 노출수위에 대해 꼭 그 장면을 찍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것처럼.
그런데 그의 메세지가 와 닿았다. 고독이란 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이 저 말도 안되게 참혹하고, 고통스럽고, 두려운 저 영화속 현실보다 무서운 것은 외로움일것 이라는 생각이 나도 불현듯 들었다.
그 퀭한 눈에서 경계를 짓는 눈빛을 본다. 나와 바깥, 나와 나 이외의 것.
그는 정말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 같았다.
분명 힘겹게 겪고 난 뒤였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날 나는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살아있는 음악을 듣고 왔다는 기분에 날아갈 듯이 기뻤고 한동안은 김민규라는 사람을 생각하느라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이 느낀 무언가를 음악으로 가사로 옮겨 그것을 자신의 노래를 듣는 사람에게 똑같이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 그거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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