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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센다

긴하루다

by eunic 2005. 3. 1.
울 언니는 아침 일찍 회사에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온다.
어느날은 회사에 7시까지 가야한다며 나가더니 새벽 6시에 돌아왔다.
하루 노동시간이 20시간은 된 셈이다.


나는 9시까지 출근해 6시면 퇴근을 한다.
가끔 1년에 두세번 10시쯤 퇴근하는 경우도 있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고 집안청소를 하고티비를 보면서 웃고 있을때면
밤 12시쯤에 언니가 온다.

그 인간,,, 너무 지쳐서인지
옷 하나를 옷걸이에 안 걸어놓는다.
또한 잠잘 시간밖에 없는 긴 노동시간에 대해서
회사에 말해본 적이 없다.

울 언니 회사에 어떤 남자는 일이 너무 많아서
휴대폰을 꺼놓고 잠적하기까지 했다.
일이 많아서 쉬는 토요일에도 나와서 일을 했고, 일요일에도 일을 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참나본데...
노동시간을 따져본다면, 일상을 자기 개인시간 없이 산 대가에 비하면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울 언니를 뫼시고 사는 나도 덩달아 피곤하다.
언니를 보고 있으려니 피곤하고,
피곤한 언니를 고려해 모든 집안일을 하려니
그 인간이 다 어질러놓고 간 화장품이며, 옷 등을 매일매일 치우려니
정말 돈도 안 받는 메이드가 된 기분이다.
(가끔씩 통닭과 내가 좋아하는 도미노 피자를 쏘고,
목욕탕비를 내는 선심을 쓰긴 하지만 ㅋㅋ)
예전 대학 다닐때 난 그 인간이 깔끔하고, 가구 위치를 때때로 바꾸고,
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재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노동시간만을 고려해볼때 준공무원급으로 일하는 나는
그렇게 일하고 있음에도 만성피로와 우울에 빠져있다.
노동시간, 노동강도, 인간관계, 모든 것을 떠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만족하고 있느냐가
내 괴로움의 원천이다.
그렇다고 딱히 할일도 나를 맞아줄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