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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센다

대구탕을 먹으면서

by eunic 2005. 3. 1.

친구가 아닌 남자들이랑 밥과 술을 먹는다는 건 고역이다.
어느날 밥을 먹으러 횟집에 가서 대구탕을 먹었다.
서빙하는 여자 들어오니
이제까지 궁금했던 반찬을 묻는다. 한 남자가
무인지 배추뿌랭이인지를 헷갈리게 한 그 음식의 이름을 묻는다.
그녀, 순무라고 익숙하게 말한다.
그러다 그 남자, 고향이 어디세요? 묻자
그녀 뜸을 들인다.
"중국서 왔어요"
"아 중국서 왔어요? 어디?"
"흑룡강서 왔어요"
남자 재치인건지, 짖꿎다고 해야할 것인지 "자기도 흑룡강서 왔다고 한다"
여자 금세 얼굴 표정이 바뀌며
얼싸안는다.
그리고 남자가 번호를 묻자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고향사람들끼리 만나자는 남자의 말에 그러자고 대꾸한다.
그녀가 나간뒤
그 남자 하는 말
"엄청 외로운가봐, 나한테 달려드는대"
"오늘 집에도 안들어가는데 이따 만나야겠다"
아 대구가 넘어가다 다시 나오려 한다.
저 남자들의 왕자병이란
난 순진한 중국사람인 여자가 가여워 잿떨이를 가지고 오겠다며 그녀를 불러
"저분 중국사람 아니예요, 거짓말이예요"
라고 말해줬다.
그녀 "알고 있어요"
순진한 그녀를 위해 나와서까지 한 수고가 무색했긴 했지만 착한 그녀가 어떻게라도 될까 싶어
이렇게라도 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 다음날도 남자는 그녀 이야기다.
"이번 주말에 만나야 하겠다느니 너무 달려드니 무섭다느니"
첨 듣는 사람은 그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남자들의 뻥은 정말 밥맛없게 하는데 특효다.
그리고 그들은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듣는 여자가 얼마나 기분 나쁠지 생각하지 못한다.
술자리에서 밥먹으면서 여자들을 안주로 반찬으로 삼는게 너무도 당당해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