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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257

요리가 글쓰기보다 낫더라/ 한겨레21 요리가 글쓰기보다 낫더라 [종이비행기47] 원주 토지문화관에서의 내 인생 최초의 긴 방학생활을 누리며 깨달은 것들 평생 글로 남들에게 충고 비슷하게 했던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네 ▣ 김선주/ 전 논설주간 칼럼니스트 직장을 그만둔 지 꼭 1년이 되었다. 남들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가 집에 있으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뭐든지 다른 일을 하라고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울할 틈이 없었다. 여행도 많이 했고 참으로 행복하고 한가하고 많은 일을 한 1년이었다. 거대한 ‘토목공사’를 마친 뒤… 지난해 12월30일에 책보따리를 싸서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한 것은 벼르고 별렀던 이빨 치료를 하는 일이었다. 1월3일에 치과에 갔더니 정말 커다란 토목공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바 임플란트 수술이라는 것인데.. 2007. 1. 2.
사람모양 그래도 죽기 / 한겨레21 사람 모양 그대로 죽기 대추차 한잔 청하고 떠난 김정한 선생과 “나 누울란다” 한 뒤 간 숭산 스님 사람다운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사람에 대한 배려를 하는 떠남은 얼마나 위대한가 ▣ 김선주/ 전 논설주간 칼럼니스트 알 만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유언이 무엇이었을까, 무슨 말을 남겼을까,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가 궁금하다. 백남준 선생은 내 젊은 시절 우상 중의 한 분이시다. 보도에 의하면 부인은 백 선생이 영원히 살 것이라고 믿었기에 유언장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 그대로 당신이 스스로 영원히 살 것이라고 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예술가로서의 영원성, 언젠가 병석을 털고 일어나 뭔가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하려는 창작 의욕이 영원했다는 말로 나는 해석하고.. 2007. 1. 2.
자발적인고 우아한 가난 /한겨레21 자발적이고 우아한 가난 숨은 후배를 찾아간 지리산, 사람은 없고 ‘자발적 가난’만 남았네… 누추하기 십상일 텐데 누리는 법이 무엇일까, 가능할까, 왜 못할까 ▣ 김선주 지리산에 다녀왔다. 섬진강 물빛은 여전히 연록색으로 푸르고 강가의 모래톱도 가을볕에 하얗게 반짝거렸다. 쌍계사 가는 길의 나무 터널은 더 깊고 어둡게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쌍계사를 지나 이쁜 집에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 산악인 남난희씨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집 앞뜰에 가지런히 정렬한 수십 개의 장독에서 된장이 익고 있었다. 50만원이면 뒤집어써요 평상에 앉아 이따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쫓고 있는데 구름 속에 가려 있던 달이 불쑥 나타났다. 보름이 하루 지난 열엿새의 달은 서울에서 보던 달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환했다. 내려다보.. 2007. 1. 2.
브레송 VS 카파 [스크린 가라사대] 중에서 ▣ 김도훈 기자 베스퍼: “날 사랑해?” 제임스 본드: “우리 중 한 명이 정상적인 직업을 얻을 때까지 세계를 너와 함께 여행할 만큼. 물론 그 한 명은 니가 되어야만 해. 나는 정상적인 직업이 뭔지조차 몰라.” 중에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진의 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브레송이 결정적 순간의 대가라면, 로버트 카파는 격정적 순간의 대가. 브레송의 삶이 부르주아지 자제가 천재적 예술혼을 깨워내는 여정이라면, 카파의 삶은 바람둥이 천재가 화끈하게 예술하는 모험이다. 그래서 브레송 전기(傳記)는 재미없는 수필 같고, 카파의 전기는 재미가 지나친 픽션 같다. 카파의 전기는 두 권이 한국에 출간됐다. 카파가 직접 쓴 2차 대전 수기 도 .. 2007.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