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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257

[시평] 마초 학교 수강생 모집 [시평] 마초 학교 수강생 모집[한겨레]2004-11-03 06판 23면 1929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지난 9월 서울 법대 1학년들을 대상으로 법조계 문화에 관한 특강을 했다. 화제가 결혼풍속 쪽으로 흐르다 보니 “여러분이 지금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법연수원을 마칠 때쯤이면 다수가 마담뚜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얻게 될 것”이라는 반농담의 예언까지 하게 되었다. 딴에는 지금의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경고로 덧붙인 이야기였다. 강의 끝나고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여기 앉아 있는 법대생의 40퍼센트가 여학생인데, 교수님은 왜 모든 청중이 당연히 남학생인 것을 전제로 그런 이야기를 하시나요?” 아차 싶었지만 주워 담을 수도 없어 즉시 사과한 뒤 “강의 중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또 있.. 2005. 12. 27.
[시평]마침내 검사와 여고생까지 [시평]마침내 검사와 여고생까지[한겨레]2004-01-21 01판 23면 194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며칠 전 한국방송에서 또 한 편의 ‘검사’ 드라마를 시작했다. 검사를 우려먹다 못해 이번에는 검사와 여고생의 결혼 이야기란다. 신파극 ‘검사와 여선생’에서 시작된 유구한 ‘검사’ 드라마의 전통이 마침내 ‘검사와 여고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이번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은이도 분명히 권총 들고 직접 범인을 잡으러 다니며, 각종 격투기와 검도에 능한 ‘엘리트 검사’일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이건 어디까지나 강력계 형사의 몫이지 강력부 검사의 역할은 아니건만, 드라마에서는 줄기차게 이런 이상한 ‘엘리트 검사’들만 그려댄다.법조계에는 변호사도 있고 판사도 있는데 유.. 2005. 12. 26.
[길라잡이]‘88비디오극장’의 추억 [길라잡이]‘88비디오극장’의 추억[한겨레]2003-05-02 01판 09면 192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1983년 나는 서울 변두리 어느 신설 고교의 1학년 학생이었다. 햇살 따사로운 어느 토요일,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반가운 종소리를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즈음, 학생주임 선생님의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왔다. “전교생은 5분 안에 운동장에 집합할 것.”조금이라도 늦으면 매타작의 ‘시범 케이스’가 됨을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앞다투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특수부대 출신으로 알려진 체육 선생님의 ‘지도’ 아래, 원산폭격, 팔굽혀 펴기, 땅바닥에 누워 팔다리와 고개 들고 오래 버티기, 오리걸음 등 평소 교련, 체육시간을 통해 연마한 ‘각종 묘기들’이 전교생에 의해 운동장.. 2005. 12. 26.
[길라잡이]남자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길라잡이]남자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한겨레]2003-02-03 01판 10면 1875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설날이면 어른들을 모신 집집마다 친가 쪽 손님들이 모여든다.(외가 쪽 손님들은 못 온다.)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들이 현관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남자와 여자가 깔끔하게 나누어진다. 남자들은 뭔가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안방 또는 거실로 향하고, 여자들은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부엌으로 방향을 잡는다.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안방에 들어간 남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두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먼산을 바라보거나 애꿎은 텔레비전 리모컨만 괴롭히고 있다. 안방으로 향하던 당당한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이 보여주는 초라한 침묵은 참으로 이해하기 .. 200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