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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145

[한겨레] 여관의 정치경제학 여관의 정치경제학[한겨레 2005-06-05 18:33] [한겨레]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는 왜 이렇게 여관이 많냐”고 놀라며 물었다.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음, 그만큼 한국인들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있다는 거지”라고 둘러댔다. 엥겔스의 고전적 논의대로, 일부일처제 가족의 주요 기능이 계급의 재생산이므로 가족이 붕괴되면 자본주의도 유지할 수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한국에서 여관업이 번창하는 실제 이유는, 가정이 사랑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과 늦은 성년과 관련 있는 것 같다(자녀들이 나이 들어서도 부모랑 같이 살기 때문에, 자식도 부모도 마땅히 성생활을 할 ‘룸’이 없다). 최근 전국의 기혼 여성 1000명을 조사한 결과, 한 달에 섹스 횟수가 한 번 이하인 ‘섹스 리스’ 부부가 30%에 가까운 것으로 나.. 2005. 6. 29.
[한겨레] 독도는 갈매기의 땅 독도는 갈매기의 땅[한겨레 2005-06-26 18:33] [한겨레] 지난주 6박7일 동안 서울에서 성황리에 치러진 제9차 세계여성학대회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서(Embracing the Earth)’였다. 인종, 국가,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여성의 시각에서 극복하자는 것이다. 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현재의 세계를 ‘문명 충돌’이 아니라, 폭력을 원하는 세력과 평화와 보살핌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여성들 간의 투쟁의 시대라고 정의하였다. 사실, 기존의 국가 간 갈등은, 정확히 말하면 남성들 간의 갈등을 의미한다. 바꿔 말하면, 이제 남성의 시각으로는 빈부 격차, 환경 파괴, 폭력, 인종 증오, 근본주의와 같은 인류가 직면한 고통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예는 독도 문제일 것이다... 2005. 6. 29.
[한겨레] 쿠르드 소녀의 고통 쿠르드 소녀의 고통[한겨레 2005-05-11 21:12] [한겨레] 전쟁을 원하는 세력의 입장에서, 전쟁과 평화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일상적으로 성폭력 위협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전쟁과 평화의 구분은 가해 남성이 누구인가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가해자가 외국 군인일 때만 전쟁 상태로 간주되곤 한다.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은, 전쟁의 고통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효과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평화를 희망할 수 없게 만든다. 으스러진 다리, 죽을 때까지 쏟아지는 피, 밤새워 지르는 비명, 벌어진 살 사이로 빠져나오는 내장… 우리는 말할 수 없음은 곧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설명할 수 없음은, 실제로는 불쾌해서 설명하기 싫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도.. 2005. 6. 29.
[진보평론] 이승연, 민족주의 그리고 페미니즘 진보평론 [기획3 : 이승연, 민족주의 그리고 페미니즘] '위안부 누드'의 지배 에로티시즘 글/ 정희진 '이승연 누드'사건을 두고 '황당하다', '민족의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식의 비판은 보수적이고 위험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위안부 누드'는 식민 역사에 대한 상업주의의 테러 혹은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아니라, 한국의 남성과 여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민족 문제로 보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기 쉽다. 영화 〈원초적 본능〉의 감독 폴 버호벤의 후속작 〈쇼걸〉은, 제목답게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많이 벗었지만 기대와 달리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이 예상치 못한 결과는 성차별 사회에서 포르노, 누드 산업이 생산하는 에로틱한 쾌락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게 해준다. 〈쇼걸〉은 쇼걸들의 벗은 몸을.. 2005. 4.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