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대들

사치앤드사치(Saatchi & Saatchi) 캐빈 로버츠

by eunic 2011. 1. 5.

[ceo]사치앤드사치(Saatchi & Saatchi) 캐빈 로버츠

한국펀경영연구소 조혁균 소장

P&G의 마케팅 매니저, 중동지역 펩시콜라 사장, 펩시콜라 캐나다 사장을 거쳐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사치앤드사치(Saatchi & Saatchi)’를 이끌어 가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캐빈 로버츠(Kevin Roberts). 그는 현재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겸임교수와 아일랜드 리머릭대학, 뉴질랜드 와이카토 경영대학원의 교수를 맡으면서 경영 이론보다는 학생들에게 감성과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다. 소위, 괴짜 CEO계의 원조라고 불리는 케빈 로버츠는 괴짜 행동뿐 아니라, 그 만의 리더십과 명확한 비전 제시로 자신의 명성을 확고히 만들고 있다.

아이디어 가득한 CEO

1987년 펩시콜라 캐나다 법인의 행사장, 당시 새로 임명된 법인장이 짧은 연설을 마친 후 갑자기 기관총을 들어 무대 위 무언가를 향해 난사하기 시작하였다.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새 법인장이 겨냥한 표적은 바로 무대 위에 설치된 경쟁업체 코카콜라의 자판기였다. 상식을 깬 새 법인장의 이벤트는 당연히 핫 이슈로 떠올랐고, 구전효과에 힘입어 캐나다 시장에서의 펩시콜라 시장점유율도 높아졌다.

이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캐빈 로버츠이다. ‘람보’라는 별명을 얻은 괴짜 CEO 캐빈 로버츠는 사건이 있은 2년 후, 호주의 주류 회사인 라이온네이선(Lion Nathan)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로 가게 된다. 캐빈 로버츠는 라이온네이선을 호주를 선도하는 음료회사로 만들었으며 중국시장에도 진출시켰다.

한편 라이온네이선에서도 캐빈 로버츠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라이온네이선 재무분석팀과의 첫 만남 당시, 캐빈 로버츠는 동물원에서 진짜 사자 한 마리를 빌려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가 사자를 회의실로 가져간 이유는 간단하다. 회사 이름에 사자(Lion)가 들어가는데 회의에 사자가 빠지면 섭섭하다는 것이다. 라이온네이선의 직원들은 그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10년이 넘도록 그 사자와 그의 첫인상을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불가능은 없다

캐빈 로버츠가 사자를 회의실로 데리고 간 궁극적인 이유는 ‘상식을 뛰어넘는 발상을 한다면,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중퇴 후, 1969년에 런던의 유명한 패션하우스 ‘메리퀀트’(Mary Quant)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였다. 미니스커트의 창시자인 디자이너 메리 퀀트는 당시 유럽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는데, 패션을 몰랐던 캐빈 로버츠가 메리퀸트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질레트와 P&G를 거쳐 1987년에는 펩시콜라 캐나다의 CEO로 그리고 라이언네이선을 거쳐 1997년부터 지금까지 사치앤드사치(Saatchi & Saatchi)를 이끌고 있다.

그가 고교 중퇴의 학력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이직을 하고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필적하는 실적을 당당하게 내기 때문이다. 1997년 심각한 재정적자 위기에 빠진 사치앤드사치에 부임한 캐빈 로버츠는 임금 삭감이나 구조조정보다는 앞으로 1년 안에 업계 선두로 키워갈 수 있는 최고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자는 부임연설을 하였다. 그리고 1년 후 사치앤드사치는 칸 국제 광고제상을 독식했을 뿐만 아니라, 대형 광고 고객사인 P&G, 도요타, 아디다스 등을 유치하였다.

러브마크로 대표되는 감성 경영

그가 사치앤드사치의 부활을 위해 창조해 낸 새로운 아이디어는 바로 ‘사랑’이었다.

‘브랜드는 죽었다’는 고민에서 탄생한 마케팅 신개념인 ‘러브마크’는 소비자와 감성적인 연결을 이뤄내는 제품과 서비스, 경험을 의미한다. 기저귀의 흡수력이 좋다는 광고보다는 아기의 건강한 발육을 돕는다는 광고를 만들고, 때가 잘 빠진다는 세제 광고보다는 자사의 세제 때문에 여성들의 여가 시간이 많아진다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자신의 모습 역시 직원에게 사랑 받는 CEO라고 한다. 솔선수범하는 성격 좋은 코치가 되어 회사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어 쉽게 배반할 수 없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창의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캐빈 로버츠는 동물원보다는 정글에서 일하는 스타일이다. 정말로 사자가 어떻게 사냥을 하는 지 알고 싶으면, 동물원보다는 정글로 나가서 사자의 생태를 관찰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실제로 중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알기 위해 7명의 연구 인력이 중국 전역을 2만5,000마일이나 여행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런 노력으로 제품 디자인을 바꾼 일도 있는데 바로 세제통의 구조이다. 중국 시장에선 세제통이 크고 무거워 소비자들이 잘 들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내고 세제 용기에 큰 맥주통에 달려있는 것과 같은 작은 꼭지를 만들어 누구나 필요한 만큼만 덜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 앉아서는 쉽게 나오지 않을 아이디어일 것이다. 혁신적인 사고를 위해 하루에 30분 이상 직원들이 공상에 빠지도록 독려한다는 그는 이 시대 최고의 괴짜 CEO 중의 한 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