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품관256

잠, 늙은 꽃 [시인의마을] 잠 / 김행숙 눈을 감았다는 것 발가락이 꼬물거리며 허공으로 피어오른다는 것 발바닥이 무게를 잊었다는 것 감은 눈처럼 발은 다른 기억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디에도 닿지 않은 채 그곳에 속하는 -시집 (민음사)에서 [시인의마을] 늙은 꽃 / 문정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꽃의 생애는 순간이다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필 때 다 써 버린다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더욱 오묘하다분별 대신향기라니 -시집 (민음사)에서 [시인의마을] 첫사랑 / 고증식 너무 멀리 와버린 일이한두 가지랴만십오 년 넘게 살던삼문동 주공아파트가 그렇다네열서너 평 임대에우리 네 식구 오글거리던,화장실.. 2010. 12. 14.
먼훗날 그리워할 추억을 만들어라, 바로 지금 정여울의 청소년 인문학 / 먼훗날 그리워할 추억을 만들어라, 바로 지금 » 정여울 문학평론가 생애 최고의 날들이 이미 지나간 과거에 있다면, 이제 그보다 더 아름다운 시간은 오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과연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영화 는 때로는 과거를 향한 애틋한 그리움 자체가 가장 아름다운 미래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여자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인생을 통째로 저당잡힌 릭. 그는 오래전에 헤어졌던 연인 일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사랑하던 여인에겐 이미 남편이 있었고, 그 여자가 릭을 찾아온 이유는 레지스탕스 리더인 남편과 함께 비밀리에 미국으로 갈 수 있는 통행증을 얻기 위해서였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변함없음을 확인한 릭은 마음만 먹으면 일자를 보.. 2010. 12. 13.
김정운의 남자에게 한국남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 김정운의 남자에게 한국 남자들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이유BY : 김정운 명지대 교수·여러가지문제연구소 소장 | 2010.11.25 살다 보면 그런 인간 꼭 있다. 도무지 남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한 이야기 하고 또 해도 매번 같은 자리다. 도대체 어쩌면 이럴까 싶은 마음에 답답한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교수들이 그렇다. 평생 남을 가르치기만 할 뿐, 남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내 가족의 불만도 마찬가지다. 매번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양 백 마리를 끌고 가는 것보다 교수 세 명 설득해서 데리고 가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이야기도 한다. 의사소통 장애는 교수의 직업병이다. 교수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그렇다. 나.. 2010. 11. 29.
기형도 그집앞 그집앞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위의 시를 육하원칙에 맞춰 풀면 아마도 다음과.. 2010.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