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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센다85

난 내 자신이노용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르조아가 옷을 아무렇게나 입는 것은 히피요 문화적 전위지만, 가난한 자가 그렇게 한다면 그건 단지 초라함일 뿐이다. 장선우의 벗기기나 촌스런 나쁜 영화는 키치일 수 있지만, 시장에서 장사하는 뚱뚱한 중년 아주머니의 몸빼 바지는 진짜 촌스럽다. 그것은 노동과 남루함의 상징일 뿐, 키치가 될 수 없다. 정희진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내 요즘 생활의 깨달음을 얻었다. "나의 삶은 남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남루하다는 것은,이 글을 읽기 전과 읽은 후를 경계로 나의 생활은 똑같았으나,평가가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수아가 쓴 일요일 스키야키식당에 나오는'노용'이란 사람은 방이 열두 개나 되는 대저택에서 태어났으나, 일을 하지 않는 대신에 남들이 먹다 버린 음식으로 목숨을 유지하는 기행을 한다. 나.. 2005. 2. 24.
산이 스무고개 준~ 만나봤으면 님: 나 요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어. 전에는 전화를 자주했는데 지금은... 전화도 못하겠어. 너무 떨려서준~ 만나봤으면 님: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그리고 연하야이제 나에게 휴일은 없어 님: 누구여? 내가 아는 사람이야??준~ 만나봤으면 님: 니가 아는 사람이야. 스무고개 할까?이제 나에게 휴일은 없어 님: 뭐여... 짱나게. 누구야??준~ 만나봤으면 님: 나도 말을 잘 못하겠는데... 그 사람도 말을 잘 못하겠나봐.이제 나에게 휴일은 없어 님: 내가 아는 사람?준~ 만나봤으면 님: 당연히 알고 있지 이제 나에게 휴일은 없어 님: 학생이야?준~ 만나봤으면 님: 얼굴도 알고 있어.이제 나에게 휴일은 없어 님: 내가 학교 때 봤어?준~ 만나봤으면 님: 학생 아냐.이제 나에게 휴일은 .. 2005. 2. 24.
내 이름의 모습을 얼굴에서 지워간다 언제인지 모르는 어떤 날 얼굴을 자주 본다. 사진마다 어색해 죽겠다는 표정이 너무도 싫어서. 거울을 들여다보며 표정을 지어본다. 괜히 이뻐보이는 듯 하다. 그러다가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란 영화 주인공들을 보게 되었다. 난 이뻐지는게 아니었다. 내 이름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었을 뿐. 보통 사람들과 비슷해져가는 나를 알아차린 것뿐. 무언가를 끙끙 앓고 있는 듯한 절망적인 어딘가 이상한 일그러진 예전의 얼굴이 생각나질 않는다. 2005. 2. 24.
구둣방 할아버지... 오늘 굽이 닳아 딱딱소리가 나는 여름용 샌들을 고치러 회사앞 구두방에 들렀다. "아저씨, 아저씨 구두고치러 왔는데요"라고 말해도 대답이 없다. 뭔가 바쁜가 보다 하면서 계속 기다렸다. 내 구두를 보더니 냉큼 빼앗아 고치기 시작했다. 굽을 골라 금세 갈아끼우고 신발 앞부분도 깨끗이 닦아주고, 뒷굽을 아주 오랫동안 구두약을 발라 정성스럽게 닦아줬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3개를 펴보였다. 그 아저씨는 농아였던 것이다. 왠지 구두수선표가 떡하니 걸어져 있는 것이 조금 신기했었다. 내 굽을 고칠동안 나는 더이상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기대 이상으로 꼼꼼하게 신경을 쓰면서 구두를 고치는 모습에서 갑자기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예전에 가수 한영애가 꽃을 보면 왜 아름답다고, 이쁘다고 말해하는 하.. 2005.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