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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145

[한겨레] 줄기세포의 상처와 수치심 줄기세포의 상처와 수치심 야!한국사회 연말에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힘든 일을 겪는 여자친구를 지켜보았다. 그의 위장은 운동을 멈춰 음식을 넘기지 못했고, 뇌 전원은 여러 날 꺼지지 않았다. 내장 깊이 골수까지 상한 그가 걱정스러웠다.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보장된 것은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 추구권인 것처럼, 그가 상처받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친구의 주된 감정은 상처인 반면, 상대방(들)이 주장하는 괴로움은 수치심이었다. 둘 다 고통스럽지만, 상처와 수치심은 다르다. 상처는 자신과 만남에서 발생하지만, 수치심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비롯된다. 상처는 사유의 열매지만, 수치심은 명예 의식과 관련하여 발달된 감정이다. 이제.. 2006. 1. 5.
[세상보기] 여성의 몸 그리고 명칭 세상보기. 정희진 칼럼여성의 몸 그리고 명칭 글 정희진 서강대 강사. 여성학자남자는 씨, 여자는 밭? ‘여자는 밭, 남자는 씨’라는 말은 참 이상하다. 여성의 난자(卵子)도 독립된 세포로서, 하나의 ‘씨’가 아닌가? 명백한 과학적 사실 위반이다. ‘남자만 씨’라는 주장은, 남성만이 인간 형성의 기원이고, 인류(‘man’kind)를 대표하며, 생산의 주체라는 것을 은유한다. 이 이야기에서 ‘밭’은 별 의미가 없다. ‘밭’은 배추든 오이든 뿌려진 씨가 무엇인가에 따라 배추밭이 되고, 고추밭이 되는 등 ‘씨’에 의해서만 존재의 의미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씨는 싹이 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등 변태(變態)를 거듭하지만 여성이나 어머니를 상징하는 ‘밭’의 성격은 변화하지 않는 정박성(碇泊性)을 띤다... 2005. 12. 26.
[한겨레] ''남성 중심'' 주류 가치 뒤집는 도발적 문제제기 ‘남성 중심’ 주류 가치 뒤집는 도발적 문제제기한겨레가 전문가와 함께뽑은 2005 올해의 책 50페미니즘은 ‘불편하고 까탈스런’ 학문이다. 익숙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대상마다 또 다른 시선으로 ‘고쳐 보기’를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물감은 세상이 정한 기준(백인, 서구, 이성애, 남성)대로 사는 이들이 ‘다름’(유색인, 비서구, 동성애, 여성)을 만나면서 겪는 불안감 또는 공포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것이다.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이란 소제목이 붙은 여성학자 정희진의 은 주류의 가치를 뒤집는다는 면에서 ‘신선하고 전복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어머니 담론, 여성주의적 언어, 사랑과 섹스, 성매매, 여성인권 등 젠더 이슈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지은이의 도발적인 문제제기는 우리 .. 2005. 12. 15.
[한겨레21] 사랑한다면, 배용준처럼! 사랑한다면, 배용준처럼! 영화 에서 그 남자는 어떻게 ‘법칙없는 사랑’을 성숙하게 만들어갔나 차별화된 남성상으로 한류 열풍 일으킨 의 강준상에서 한 걸음 더 ▣ 정희진/ 서강대 강사 아시아와 탈식민주의 주제의 어느 세미나에서, 한 남성이 에 대해 내가 쓴 글을 읽었다며, “페미니스트가 배용준을 좋아하다니 의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영애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성이 배용준을 좋아하는 것과 남성이 이영애를 좋아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 맥락일 수 있느냐”고 물었고, 초면인 그와 가벼운 언쟁을 벌이고 말았다(물론, 여기서 ‘배용준’과 ‘이영애’는 실명 개인이 아니라 대중이 소비하는 그들의 이미지를 말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보통’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성은, 세상 물정에 무지한 순진무구한(in.. 2005.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