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 멈춘 진보와 ‘이영훈 사건’
'이영훈', 진보, 한국사회 /정희진 , 2004년 12월호멈춘 진보와 ‘이영훈 사건’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무지몽매한 한국 남성들을 깨우쳐 주는 감동적 에세이를 써 달라”는 의 청탁 의도에 도전하고 싶다. 나는 모든 남성이 여성문제에 대해 ‘무지몽매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남성을 깨우치는 데’도 별 관심이 없다. ‘여성주의 정치학’이 내 삶의 다양한 준거 중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러한 이유로 내가 ‘계몽적인 인간’이 될까봐 몹시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계급, 지역, 학벌, 성별 제도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지배 규범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순간 타인을 설득하는 위치에 서지만, 그것이 그 사람이 가진 정치적 입장의 전부는 아니다. 사안에 따라, 동일한 사람이 계몽..
2005.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