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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카페 뤼미에르 /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 ‘버려진 기억’ 가슴 뒤척이는… 김혜리의 카페 뤼미에르 / 영화는 행복에 겨운 소녀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아빠의 자전거 안장 앞에 앉은 소녀는 공기의 달콤함을 맛보려는 듯 조그만 입을 한껏 벌린다. 새 옷과 구두를 산 부녀는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 아빠 잔에 소주를 찰랑찰랑 따른 아이는 자기도 달라고 조른다. 남자는 순순히 어린 딸의 잔을 채운다. “아빠, 내가 노래 하나 불러줄까?” 소녀는 혜은이의 한스런 연가를 읊조린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얼마나 사랑했는지. 세월이 흘러가면은 그때서 뉘우칠 거야. 그러다가 소녀와 관객은, 거의 동시에, 사내의 침묵이 너무 탁하고 무거움을 깨닫는다. 그날 밤 소녀는 등지고 누워 잠든 아빠 뒤에서 반짝 눈을 뜬다. 애인의 임박한 배신을 예감하는 여인처럼. 우니 .. 2009. 11. 4.
[야!한국사회] 사회 디자인과 박원순 [야!한국사회] 사회 디자인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능력이나 노력의 차이에 따라 부의 격차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똑같은 인간이기에 그 격차는 지나쳐선 안 된다. 이를테면 오늘 평범한 정규직 노동자 한 사람이 이건희씨의 재산만큼 벌려면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꼬박 50만년을 모아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능력과 노력에 따른 정당한 격차로 인정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큰 틀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즉 사회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작업도 결국 그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 어떻게 하면 부자들의 돈을 빼서 가난한 약자들의 삶을 괼 수 있는가 하는 데서 출발한다.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독점함으로써 그걸 해결하려던 현실 사회주의가 일단 퇴장한 오늘, 우.. 2009. 10. 30.
그의 기도, 그의 노래 김흥겸 난곡 빈민운동 김흥겸씨 10주기 서울 관악구 신림7동 일대는 ‘난곡’이라 불린다. 1960년대 이래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던 곳이다. 유배된 장군이 난초를 많이 길러 ‘난곡’이라 했다는데, 도시 빈민들은 ‘낙골’이라 불렀다. 뼈들이 흩어진 마을이라는 스산한 뜻이다. 비탈진 달동네 꼭대기에는 ‘낙골 교회’가 있었다. 97년 1월 서른여섯 나이에 위암으로 스러진 빈민운동가 고 김흥겸씨가 몸 담았던 곳이다. 13일 저녁 연세대학교 신학과에는 그를 사랑하는 친우 100여명이 모였다. 81학번이었던 그의 10주기 추모식인데, 친구들이 지난해부터 행사를 준비했다. 라는 그의 유고집은 이번에 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되기도 했다. 교정에 모여든 친구, 낙골 주민, 철거민협의회 사람들이 하나둘 그에 대한 기억을 털어놨다... 2009. 10. 27.
그 기도를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늙으신 아버지 - 김흥겸 『살림』47호(1992. 10) 학장이 오라고 했다.한 신학생이 무겁게 학장실 문을 열었다. 학장실에는 차가운 눈빛만이 안경 너머로 번득일 뿐 그 눈동자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학장은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매우 조심스럽게 기도에 관해 말한다. 고개를 떨군 채 학장실에 불려간 신학생은 입술을 물며 새삼스레 기도론을 듣고 있다. "신학생이 어떻게 기도하는지도 모르나? 기도는 먼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서 감사하고, 그 큰 주님의 은혜 앞에서 우리의 죄를 회개해야 한다. 그런 다음은 우리의 소원과 간구를 드린다. 그리고 나서 죄인인 우리를 대신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구한다." 파이프 오르간이 좋은 음향 시설을 타고 예배드리는 이들의 마음을 움켜잡는다. 신학생들과 교수들은 예배를.. 2009.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