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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 남성은 이기적 성의 낙원을 꿈꾼다?

by eunic 2005. 3. 3.
[남정욱 섹시한 눈길]
남성은 이기적 성의 낙원을 꿈꾼다?


중국인들은 외국어를 자기들 식으로 바꿔 부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령 록그룹 퀸은 ‘황후 악단’이고,메탈리카는 ‘금속 악단’ 그리고 브래드 피트는 ‘피특’으로 쓴다. 삼성 그룹은 ‘삼성 집단’이고 의료 센터는 의료 중앙’으로 표기하니 이게 재치인지 ‘대국의 오기’인지 모르겠다. 용인 가는 길에 보면 중국 관광객을 위한 배려로 에버랜드를 ‘애보낙원’으로 표기한 것이 보인다. 한자로는 愛寶樂園인데 야릇한 연상 작용에 실실 웃음이 나온다. 에버랜드와 애보낙원은 어감이 다르다. 에버랜드가 피터팬 풍의 아동 공간 이미지라면 애보낙원에는 왠지 성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 머릿속에서는 자꾸만 ‘성의 낙원’으로 의역이 되니 나도 내 머리 때문에 미치겠다.

성의 낙원하면 떠오르는 게 태국의 풀문 full moon 파티다. 둥근 달이 뜨고 여성의 성욕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에 해변을 찾은 생면부지의 남녀가 뒤엉켜 묻지마 섹스를 벌인다니 회가 동하지 않을 남성은 없다. 그러나 참 먼나라 얘기이고 현실은 프라이드 치킨집 아줌마의 늘어진 젖가슴이나 힐끔거리고 있으니 울분에 피눈물이 난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성질 내봐야 폐만 상할 뿐. 기분 전환도 할 겸 영화 한 편 때리면서 잠시 일상탈출이나 하자. 스크린 속 성의 낙원,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오늘 모실 영화 되겠다.

왜 이 영화가 성의 낙원이냐고? 적어도 남자들에겐 그렇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항상 성적으로 친절하다. 빨아줄래? 했더니 대뜸 빨아준다. 가만히 서 있으면 빨아줄까요? 물어본다. 그뿐이 아니다. 막 제대한 사람에게 그거 하나 못해주냐고 동네 선배가 대뜸 강간을 해도 그러려니,강간 당해 몸이 더러우니 씻어주겠다며 사타구니에 비누칠을 하는 남자 친구에게도 끄덕끄덕. 이 여자 혹시 무뇌충 아닐까 의심하는 사이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세척을 마친 남자 친구 하는 말,내가 섹스를 해서 네 몸을 깨끗하게 해줄게. 이런 모골이 송연한 처방전을 듣고도 여자는 깨끗해지고 싶어,덩달아 주문을 외우며 달뜬 신음 소리를 흘리니 이게 성의 낙원이 아니고 뭐겠나.

내 다리 사이에 허리를 묻고 잠시 번뇌를 잊으라,식의 육보시만 나오지 않을 뿐이지 정말 더 바랄 것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현실에 이런 여자들은 없다. 이런 착한 여자들로만 주변이 차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남성 중심의 섹스팬터지일 뿐이다. 영화의 제목을 비틀어 ‘홍상수는 한국 영화의 미래다’라는 예언이 나 돈 적이 있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예언자들의 업종 변경은 불가피해 보인다.

/남정욱 소설가/영화 기획자 agapa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