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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김경의 칼럼집 '뷰티풀 몬스터'

by eunic 2005. 3. 2.

사랑받고 싶은 욕망, 그게 어때서요?”


[한겨레] 칼럼집 '뷰티풀 몬스터' 낸 김경씨



“여자란 대개 더 예쁘고 싶어 안달 난 가엾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남자들은 우리처럼 드세보이는 노처녀들을 눈곱만도 좋아하지 않는다.”

패션지 <바자>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김경(본명 김경숙·31)씨의 칼럼집 <뷰티풀 몬스터>를 읽다보면 페미니즘에 관한 교양수업을 받은 다음부터 ‘금기’처럼 여기던 말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그렇다고 이 책을 어떻게 예뻐지고, 어떻게 사랑할(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전적인’ 조언서로 기대한다면 뒷통수를 맞을 공산이 크다.

“예쁜 유리공 안에 갇혀 그 세계밖에 못 보는 사람들에 대해선 대놓게 혀를 찼지만 단 한번도 유리공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무리들이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골빈 것들의 세계’라고 욕하는 것도 솔직히 가소로웠다”는 지은이의 글들은 ‘명품을 추앙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남자에게 투항할 것인가, 벗어날 것인가’같은 신념의 경계를 벗어나 있다.

도시에 사는 패션 칼럼니스트이자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여자”로 도시와 패션, 여자와 남자에 관해 자유롭게 써나간 김씨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의 치부까지 망설임없이 드러내는 솔직함과 또래의 여성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이다.

이를테면 그는 “미의 확일화니, 몰개성화니 그런 말은 다 집어 치우고 그냥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여성에게 ‘경제적 자립성’이 가지는 현실적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새로운 트렌드를 소비하느라 언제나 가랑이가 찢어지는 동네” 청담동의 한 구석에서 화장실 변기에 단풍잎 하나 띄워놓는 섬세한 여유과 미감을 발견하기도 한다.

“패션계에서는 아름다움은 고통을 수반한다고 말하고, 문화예술계에서는 ‘쓸데 없는’ 고통을 참는 건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하죠.

제가 1류 글쟁이라는 생각도 바람도 없지만 글을 통해 이런 간극들을 메꿔보고 싶었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영국의 펑크룩 디자이너에 관한 그의 글은 웨스트우드의 철학과 미감에서 자본주의가 소비하는 방식까지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유쾌하게 펼친다.

‘전여옥을 위한 패션 제안’이라는 글에서는 패션평론가적 입장에서 전여옥씨의 옷차림이 보여주는 패권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트렌드’에 ‘사회’를 보태는 그의 칼럼은 한 대학의 ‘패션저널리즘’이라는 과목에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오해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저는 일이나 성공보다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가장 존중해요. 성공이냐 사랑이냐,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 남자를 개조할 것인가는 제 관심사 밖의 일이죠. 여자에게 경제력이 중요한 것도 망가지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전략인 거라고 봐요”

<한겨레21>에 칼럼을 연재할 때 ‘같은 주거 공간에서 대화하고 섹스하는 일이 즐거운 직업인. 단 생활비의 절반은 필히 부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공개구혼장’까지 발표했던 그는 아직 미혼이다.

그가 찾는 이상형은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남자”에서 얼마 전 “함께 집을 짓고 싶은 남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생각의나무/1만1000원.


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겨레 2004-08-20 16:00:02

김경씨의 얼굴을 정말 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얼굴이 신문에 나왔다.
그의 글과 얼굴을 매치시켜보니 잘 맞는다.
정말 화려하고 무지 이쁘면서도 그런 글을 써왔다면 용서하지 않으려 했다.
자의식이 강하고, 언제든지 당당하고 자유로울 것 같은
매력적인 얼굴을 가졌다.
김경씨의 글 때문에 바자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이번 시즌의 옷이 뭐가 나왔나 하면서 바자를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녀의 글은 바자에 잘 어울린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그 잡지를 돋보이게 하는 그녀의 글...
그 글발, 나에게도 전염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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