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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외교부의 김도현 사무관

by eunic 2005. 3. 2.


지난 5일 시사매거진2580 <이전협정은 위헌?>이라는 꼭지에서 용산기지 이전 한국협상팀을 맡아 활동하다 팀에서 배제된 외교통상부 김도현 사무관의 전화인터뷰가 참 인상적이었다.

김도현 사무관은 우리측이 용산기지 이전 백지화를 우려해 협상기간 내내 비용분담문제를 거론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미국의 비용분담문제를 떠나 다른 데에서 우리가 좋은 조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협상의 기본원칙조차 무시한 협상이었다고 평했다.
김 사무관은 "현실에 있는 힘을 인정하는 것만이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한미관계의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현실주의라고 봅니다. 현실의 힘의 관계로 고착화된 한미동맹이 아니라 바람직한 관계의 틀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동맹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외교부에 이런 자주파가 있었다니 참으로 놀라웠다.

아래부터는 김도현 사무관에 관한 각종 기사 짜집기

지난 8월 2일 김선일 씨 피살사건 국회 청문회에서는 아주 눈길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주이라크 대사관의 김도현 외무관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냉전시대의 외교에서 벗어나서 외교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우리 외교가 아직도 냉전체제의 구태에 빠져 있는 측면이 있는데, 미국의 변수가 아니라 스스로 주체될 수 있는 외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관이 이렇게 자주적인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그런데 그는 "NSC가 탁상에 앉아 지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NSC의 대테러 매뉴얼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맹비판했다.

대체 김도현 외무관은 누구일까?
김 외무관은 지난해 초 북미3과에 근무하면서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에 관여했다.
미국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하는 한국 협상팀에 대해 그는 반발했다. 그러나 그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당했다. 한국 협상팀에는 외교부 북미국, 국방부 정책실, 그리고 NSC가 들어 있었다. NSC는 한국 협상팀에 대한 지휘책임도 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이석태 공직기강 비서관(현 민변 회장)이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문제점에 대해 조사했다.
당시 조사를 받았던 김 외무관은 북미국 직원들의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그 유명했던 북미국 직원들의 대통령 폄하 발언 파문이 터졌다.
(이 일로 인해 윤영관 장관이 경질됐다.)
'진짜 자주파'인 김 외무관이 김선일씨 청문회에서 NSC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것은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는 내부고발자다. 외교부에선 그를 참 없애버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외교부 북미 3과 김도현 외교관의 진술 :
그들(용산기지 한국협상팀인 NSC, 국방부 정책실, 외교부 북미국)은 용산기지 협상을 진행하면서 다음과 같은 전제를 기초로 했다.
1)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얼마가 돈이 들던지 추진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리 후보자 시절과 방미시에 용산기지는 조속히 이전한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은 돈이 얼마가 들던지 이전해야 한다는 mandate가 된다.
2) MOU/MOA는 유효한 합의이므로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협상이 진행될 수 없다.
3) 국회와 국민들이 문제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과 문장의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4) 협상은 외교부, 국방부, NSC가 주도가 되어 비밀로 추진하고 관계부처와의 협의는 문안이 완성된 단계에서 하되 그 범위는 최소화한다.
5)
노무현 대통령이나 NSC 인사들은 반미주의자들이므로 이 문제의 개입은 최소화시킨다.(실제로 아이러니하게 서주석 실장 등 NSC 인사들은 협상 과정의 대부분을 추인해 주었다)
6) 용산기지 이전을 신속히 그리고 조용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어야하며 법률가적인 지역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 상기와 같은 입장을 기초로 조약국의 이견은 무시한다. 협상은 북미국이 주체이며 조약국은 그것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이 그 역할이다.

이날 김도현 사무관은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관여하다가 귀양(이라크에 부임)가게 돼서 업무의욕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추궁도 받았다.
그는 “(용산기지 이전협상과 관련해) 소신을 갖고 하려다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다른 길이 있다고 보고 국가이익의 최전선인 이라크에서 뭔가 해보기 위해 자원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우리는 아직 냉전체제의 구태에 빠져있는 측면이 있어 미국 등 큰 힘의 변수에 불과한데 이제 스스로 주체가 돼서 상상력을 개발하고 전략을 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의원들의 인식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외무관은 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파병하면서도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제대로 얻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 “파병시기를 잘 조정했더라면 주한미군 기동타격대의 철수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어렵게 됐다”고 답했다.
김 외무관은 자신이 한때 관여했던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해서도 권영길의원이 "90년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는 국회동의도 받지 못해 원천무효인데, 이를 바탕으로 한 협상은 문제가 있으며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내부에서 묵살됐다는 주장이 있다"고 물은 데 대해 "초기에 많이 묵살됐다"고 밝혔다.
그는 권 의원이 "용산기지 이전협상에 주한미군감축계획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협상이 진행됐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번 <시사매거진2580> 전화 인터뷰로 이라크보다 더한 곳으로 좌천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