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257 [디아스포라의 눈] 이 봄에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디아스포라의 눈] 이 봄에 나는 죽음을 생각한다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이 아름다운 봄날, 동료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대학이라는 큰 조직에서 하나의 부품이 빠져나갔다. 죽음을 부품 결손처럼 냉정하게 바라보는 나 역시 조직의 부품이다. 죽은 이의 얼굴은 의외로 평온해 보였다. “아, 그도 마침내 번거로운 일을 끝내고 어깨짐을 벗었구나.” 봄이 무르익었다. 벚꽃 철은 지났지만 그 대신 생명을 구가하듯 온갖 봄꽃들이 어지럽게 피었다. 이 계절엔 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고 싶은 것은 아니다. 슬프다거나 우울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감정과는 좀 다르다. 내일일지 10년 뒤일지, 아니면 더 나중이 될지 예측할 순 없지만 내게는 아직 ‘죽는다’는 꽤나 번거로운 일이 .. 2009. 5. 30. ‘별일 없이 산다’ [김선주칼럼] ‘별일 없이 산다’ 김선주 언론인 나는 그냥 별일 없이 산다. 유행가 가사처럼.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를 따라 부르며.이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재미있게 산다. 걱정도 안 하고 고민도 안 하고 산다. 깜짝 놀랐지? 내가 고민하고 걱정하고 살 줄 알았지? 아니거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산다, 약 오르지 … 그런 내용이다. 그런데 하나도 재미있게도 신나게도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떠나버린 애인에게 너 때문에 고통받지도 않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근심 걱정 안 하고 산다고, 보란 듯이 안간힘을 써보는 취지의 가사인 것 같다. 이 노래의 가사가 마음에 와 닿은 까닭은 나의 요즘 생활신조인 하루하루 재미있게 살자와 딱 들어맞아서다. 연초에, 아무 비리나 잘못이 없는데.. 2009. 4. 7. 서경식 칼럼/ 홀로코스트, 팔레스타인 그리고 조선 디아스포라의 눈 / 홀로코스트, 팔레스타인 그리고 조선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교수 조선 민족의 시야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들어와 있을까? 자신이 경험한 점령의 고통을 지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타자에 대한 둔감성은 자신의 경험에 대한 둔감성에서 기인한다. 갖가지 이유를 붙여서 식민지 시대의 진실을 덮어 감추려는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 논리에 결여돼 있는 것은 “점령이란 치욕이며 인간성의 파괴”라는 관점이다. 지난번 이 칼럼에서 사라 로이 교수의 ‘홀로코스트와 더불어 살아간다’라는 글에 대해 언급했는데, 지면 관계로 충분히 소개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겠다. 로이 교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후손이다. 폴란드의 게토와 수용소에서.. 2009. 3. 16.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이것이 날개다 / 문인수 뇌성마비 중증 지체. 언어장애인 마흔 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양 턱없이 짧다.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 중이다.떠먹여 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 주실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 2009. 1. 23. 이전 1 ··· 3 4 5 6 7 8 9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