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의 산문64 나와 당신, 디지털입니까? 아날로그입니까? 헤어진 옛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사이의 친밀도를 10으로 본다면 1만큼 친해도, 9만큼 친해도 관계가 유지되는데 남자와 여자는 1아니면 0 이어야 되는거야? 난 이해할 수 없어" 경험자로서 나도 그녀의 마음을 헤아릴 수는 있지만 그녀도 이젠 깨닫겠지. 왜 사랑이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이 될 수 밖에없는가를 ..... 2005. 3. 1. 울 아부지 오늘은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해볼까요? 논산에서 농사를 짓고 계시는 저희 아빠는 경력 수십년의 베테랑 (?)농사꾼입니다. 베테랑 농사꾼이라 하기엔 빚만 얹는 농사만 해오신지 오래이고 해마다 작목법을 바꿔보는 게 취미인 실험가 기질을 가지신 분이시죠. 실험가 기질이라기보다는 귀가 얇아 남의 조언을 다 실행해보시는 분이 더 맞을 겝니다. 아버진 어렸을 때부터 딸 다섯과 당신의 하나뿐인 막내아들을 주말이면 밭으로, 과수원으로 데리고 가 열매 솎아주기, 호박 줄 맞추기를 시키시곤 하셨죠. 저희들은 무척 투덜댔고요. 부지런하고 거짓을 몰랐던 저의 아버지가 할 있었던 일은 아마 농사밖에 없을 것이라고 모진 생각도 했었지요. '떼돈도 벌지 못하는 농사하면서 식구들 죄다 부려먹네'하는 악한 마음도 욱하던 청소년기에는 .. 2005. 3. 1. 북한산 취재기 북한산 산악구조대 취재를 명받은 나는 이름으로만 들어본 명산을 "이제서야 가는구나" 하고 룰루랄라 아침 일찍 찾아갔다. 혼자서도 당당히, 나는긴 코트에 등산화도 아닌 운동화차림으로 산을 올랐다. 비탈진 바위들, 그 사이마다 들어앉은 눈들, 얼음조각들 때문에 넘어지는 상상을 하며 회사의 공공물품인 디카냐, 나의 몸을 사수해야 하는냐를 고민하며 1시간을 오르니 산악구조대 새 건물이 보였다. 처음 나는 너무도 멍청하게 산악구조대가 산 입구 즈음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옷차림이며 1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출발을 한 것이 .... 웬걸 지나가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거든다. 호통치는 사람, 안쓰럽다는 사람.... 모두가도시에서는 보지 못한 과잉의 (?) 친절 을베풀어주시기에 암말도 못하고 '네네' 거.. 2005. 3. 1. 이모는 젖소야! 나에겐 조카가 두 명이 있다. 지수랑 산이. 가끔 말을 할 줄 아는 지수에게 전화를 걸어 "지수보다 산이가 이쁘다"는 말을 하면 지수는 화가 나서 곧볼멘소리를 하는데그때 하는 말이 "이모는 젖소야"다. 나는 깜짝놀라 내가 왜 젖소일까? 생각하고 생각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젖소의 이미지인 '글래머'도 아니고 어느 구석 닮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묻는다. "이모 놀리는 거야? 젖소가?" 지수는 말한다. "젖소는 라디오도 없구,추운데 서있구, 또똥 싼데에 있으니까" 그렇게 보자면 불쌍하고 애처로운동물들이많을텐데왜 하필이면 젖소를 택했는지 웃음이 난다. 젖소가 주는 이미지가 많이 타락한 25살의 이모와 5살의 지수에게 이토록 다르다니..... 아 5일만 있으면 26살, .. 2005. 3. 1. 이전 1 ··· 12 13 14 15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