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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64

TRIBE TRIBE 어떤 부족이 있었어. 그 부족이 사는 곳은 문명의 이기라는 것들이 전혀 없었지. 오지라 하면 오지라 할 수 있는 그곳에 신을 다스리는 신 아닌 사람이 있었어. 두 부부가 피부에 난 부스럼으로 찾아오면 그는 작은 조각배에 두 부부를 뱃머리에 앉혀놓고 짚묶음 더미에 불을 붙여 그걸 들고 부부 주위에 휘두를 뿐이야. 체온도를 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저 신의 권능을 갖고 있을 것으로 마을사람들로부터 여겨지는 사람은 그저 몸안에 들어온 귀신이 병을 갖고서 살림을 차렸다는 단정을 하고 그 부족의 터전인 바다위에서 인간과 여타의 것을 구분케 해주는 불로 귀신의 터전을 없애겠다는 생각이었지. 만약에 말야. 그 부족을 취재하러 갔던 사람들 중에 의사가 있었다면 말야. 그래서 간단한 알약 하나.. 2005. 3. 1.
“저는 첫사랑과 결혼했어요” EBS 문학산책 을 보고 “저는 첫사랑과 결혼했어요.” 주인공 여자가 한 말이다. 여자들이 이루기 힘들다는 그 소망을 이룬 그녀는 행운아이다. 사랑에서만큼은. 불같은 첫사랑의 연애엔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서툴러서인지 순수해서인지 육체의 사랑도 잘 허락한다. 그녀는 곧 공사장에 일하러 간 남편이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면서 행운과 불행은 같이 온다는 진리를 터득한다. 그녀는 식물인간 남편을 대신해 모텔 ‘선인장’의 청소원으로 일 나가게 된다. 그곳에서 원나잇스탠드 이든지 뭐든지간에 남들이 한 사랑의 흔적을 말끔히 치우는 일을 하는 그녀는 사랑이라는 것에 진저리쳐진다. 그토록 사랑해서 몸도 허락하고 눈에 콩꺼풀 덮여 결혼이란 것도 했으면서.... 이제 그녀는 사랑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던 몸은 없고 정신밖.. 2005. 3. 1.
치마를 입고 걸어가는 여자들이 부러워 어제 지하철에서 내리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노숙자도 눈에 들어왔지만치마입은 여자가 눈에 들어왔답니다. 제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을 때 촌년소리 안 들으려고 언니 치마를 입던 기억이 났어요. 그땐 세끼 건강에 좋은 음식만 먹고 토실토실한 첫째 언니의 아이들 때문에 정신건강도 아주 좋았던 시절 직후라 서울에 와서 참 춥게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나요.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 되어버렸지요. 정말 어느순간 몸이 아프면서 뛰는게 무서워졌어요.꼭 그순간 쓰러져서 죽을 것 같았거든요.그러면서 하나씩 바뀌기 시작했어요.구두는 운동화로, 치마는 바지로, 옷은 하나에서 3개로, 뛰어다니는 것 포기.저희집 식구들은 제가 개량한복에 짚신신고 다닐까봐 걱정이래요. 예전에 제가 지하철 환승 계단을 지각해서 뛰는데 구두굽소리가 우렁찼는지.. 2005. 3. 1.
엄마의 전화 서울에 올라온지 1년여만에 몸이 완전 고장났다.나는 죽을 힘을 다해 하루를 살고 있으며 걷고 있다. 점심에 칼국수를 먹고 있는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엄마 왈. "꿈에 니가 의대를 간다고 해서" 전화했다고 하셨다.나는 의대를 가야하는게 아니라 병원에 줄기차게 종류별로 다녀야 할 상황이었고 대학졸업한지 어언 1년이 된 마당에 ... 그런 되지도 않을 꿈을 꾸신 엄마,,,,혹시나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몰라 전화를 주셨다 한다.이렇게 이어져 있는 것일까25년전 탯줄을 끊었는데도 엄마와 나는 이렇게 이어져 있는 것일까?난 왜 서울공기에 이렇게도 힘들어할까?난 죽을때 땅속에서 내몸이 폭폭 썩기를 바라며 약도 잘 안먹고 몸에 나쁜 술. 담배, 인스턴트도 안 먹는 정말 깨끗한 몸으로 키워왔다고 자부하는데...너.. 2005.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