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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잡이]남자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 [길라잡이]남자들도 행복하게 살고 싶다[한겨레]2003-02-03 01판 10면 1875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설날이면 어른들을 모신 집집마다 친가 쪽 손님들이 모여든다.(외가 쪽 손님들은 못 온다.)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함께 손님들이 현관을 통과하는 순간,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남자와 여자가 깔끔하게 나누어진다. 남자들은 뭔가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안방 또는 거실로 향하고, 여자들은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부엌으로 방향을 잡는다.그렇게 심각한 얼굴로 안방에 들어간 남자들이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모두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먼산을 바라보거나 애꿎은 텔레비전 리모컨만 괴롭히고 있다. 안방으로 향하던 당당한 모습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이 보여주는 초라한 침묵은 참으로 이해하기 .. 2005. 12. 26.
[길라잡이]토론이 숨쉬게 하라 [길라잡이]토론이 숨쉬게 하라[한겨레]2003-01-06 01판 09면 1905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군법무관을 마치고 잠시 검찰청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검사장이 며칠 뒤 우리 지청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검사들과 점심을 함께 들 예정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장님(검사장을 보통 이렇게 불렀다)이 질문할 것을 적어 내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무슨 질문요?” 나의 물음에 선배가 웃으며 대답했다. “식사할 때 썰렁하잖아? 그러니까 높은 양반이 우리한테 물어볼 만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주는 거야. 김 검사는 아직 젊으니까 좀 싱싱한 내용을 적어 내도록 해봐.”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싱싱한 질문은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아무 것도 적어 내지 못했다. 덕분에 총무를 맡은 동기 검사만 .. 2005. 12. 26.
[길라잡이]장상씨와 김석수씨의 차이 [길라잡이]장상씨와 김석수씨의 차이[한겨레]2002-10-14 01판 09면 192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한 2년 동안 집안일을 전담한 적이 있었다. 아내는 미국 정부에서 돈을 받아 공부와 일을 병행하는 중이었고 딸아이를 돌봐줄 마땅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내 쪽에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총명한 며느리와 좀 덜 떨어진 아들 사이에서 주저없이 며느리를 밀기로 작정하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은 대학도시에 머물며 아이 보고,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틈틈이 다양한 책들을 빌려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젊은 남자로서 흔치 않은 복을 누린 셈이다.집안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고백하건대, 아내가 출근한 뒤 혼.. 2005. 12. 26.
저자와 함께/'칼을쳐서 보습을' 김두식 교수 저자와 함께/'칼을쳐서 보습을' 김두식 교수[한겨레]2002-03-30 01판 17면 1002자 문화 기획,연재"양심적 병역 거부는 기독교 평화주의의 오랜 전통입니다. 여호와의 증인 등의 병역 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 입법안이 보수적 기독교단에 의해서 무산되는 것을 지켜보며, 안타까웠습니다." 김두식(35.한동대. 법학.변호사) 교수가 (칼을 쳐서 보습을)을 쓰게 된 이유다.김씨는 독실한 장로교 집안에서 자라났고 아주 보수적인 기독교 신자를 자부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계 대학의 교수다. 그런 그가, 주류 기독교가 '이단'으로 치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을 결과적으로 '옹호'하게 된 것은 군법무관 시절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국선변호인으로 일하면서 여호와의 증인 사병들을 접하게 됐다. 총을.. 200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