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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생각함 책, 기억 속의 오브제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푸른 눈을 가질 수는 없지. 다시 태어나거나 미쳐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푸른 눈을 가질 수 없지. 그래서였나, 피콜라가 미쳐버린 것은.나는 줄곧 계급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거나 할 리 없는 것들만 욕망했지. 단지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 없다고 해서 목숨이 위태로울 리 없는 것, 삶이 바뀌거나 붕괴될 리 없는 것, 그런 것만을 욕망해왔지.어떤 사소함에도 불구하고 영영 다가오지 않을 듯 멀어지는 것만을 나는 진정으로 욕망하지.욕망은 욕망을 낳고 욕망하는 나를 낳았지. 욕망하는 내 안에는 욕망하는 내가 담겨 있고, 욕망하는 내 안에는 너를 욕망하는 내가 있지.나의 욕망으로 시작했으나 종내에는 너를 욕망하게 되고 말지. 욕망하는 것들은 알고 있지.자신이 .. 2007. 4. 18.
샨이 `공은 어디든지` 공은 어디든지~산이가 날아오는 배구공을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 가사는 '공은 어디든지' 아주 짧지만 7살의 산이가 작사, 작곡을 한 노래다. 배구경기를 보고 온 나는 산이를 붙잡고 거실에서 배구공으로 토스하는 법도 알려주고, 스파이크 때리는 것도 알려주고, 주고받기도 했다. 우리 산이가 이제 나와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산이는 자기 머리 위로 공이 날아올 때마다 받지 못해서 "왜 이렇게 던져"라며 투정을 부렸다.내가 "산이야, 공은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올지 모르니까 몸을 움직이면서 받아야 하는 거야." 이렇게 말하니까... 산이가 그때부터 공이 잘못 날아와도 짜증을 부리지 않고 "공은 어디든지"라는 노래를 부르며 공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난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자기 맘대로 안된다고.. 2007. 3. 26.
횡단의 대화를 기다리며 ‘횡단의 대화’를 기다리며 -「축첩제 그늘 속의 성과 성 노동」에 대한 토론문- 정희진 1. 성매매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 남성과 남성의 ‘차이’, 여성과 여성의 ‘차이’를 동시적으로 고려하며 이 ‘차이’들의 상호 작용을 역사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여성주의자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이슈이다. 나이페이 딩의 논문은 성매매 문제 뿐 만 아니라, 가족 제도와 여성의 섹스, 여성의 범주, 여성운동의 정의를 둘러싼 정치학, 행위자로서의 여성의 의미, ‘선택은 곧 동의를 의미하는가?’ 등 현대 여성주의 정치학의 핵심 이슈들을 제기하고 있다. 2. 나는 그녀의 논문을 읽고, 다음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1) sex-gender-sexuality의 관계는 연속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이들의 관계는 특.. 2007. 3. 8.
[씨네21] 혼혈?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혼혈? [씨네21 2006-03-10 08:00] 보통 섹스를 몸을 섞는다고 하는데, 결혼은 피를 섞는 것인가보다. “그 집안 핏줄…”, “혈통(血統)”, “나하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인간…” 등의 표현은, 가족제도와 이에 근거한 각종 ‘족(族)’자 돌림 사회(부족, 종족, 민족…)의 조직 원리가 ‘피’의 상징 질서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일 결혼이 ‘핏줄간 결합’이라면, 모든 결혼은 혼혈이고 모든 자녀는 혼혈아여야 하지 않나? 한국인끼리 결혼은 같은 피가 합쳐지는 거라 순혈이고, 국제결혼은 다른 피(푸른 피?)의 결합이라 혼혈인가? 이처럼 혼혈이라는 말 자체가 모순일 뿐 아니라, 다름에 대한 배타성의 정치학을 신체 담론으로 자연화시킨, 인종주의 언어다. 근대 해부학의 발.. 2007. 3. 8.
[씨네21] 한국남성과 여성부의 ''고뇌''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한국 남성과 여성부의 ‘고뇌’ 2007.01.19 글 : 정희진 (서강대 강사) 어느 남성 학자의 미국 유학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매우 총명한 동료 여성 과학자 집에 초대받은 그는, 그녀 파트너의 빼어난 음식 솜씨와 손님 맞는 태도에 감탄한다. “그래, 저렇게 매력있는 여자랑 살려면 남자가 요리 정도는 해야지.”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약간 (분노로) 흥분했다. 요리, 설거지, 청소는 ‘매력적인 여자랑 사는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 남녀 불문한 인간 생존의 전제인데 남성이 대단한 봉사를 하는 것처럼 묘사해서가, 아니다. 내 주변 경험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성이 지적으로 뛰어나거나 경제적 능력이 있을수록 더욱 죄스러운 마음으로 남편 기죽지 않도록 가사에 충.. 2007. 3. 8.
[씨네21] 2개 ''국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2개 ‘국어’ 2007.02.09 글 : 정희진 (서강대 강사) 몇년 전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온 재일동포 3세 여성과 강의를 같이 들은 적이 있다. 그때 그녀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했는데, 며칠 전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주최한 ‘한일여성지식인교류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한국어로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한국말이 유창했다. 그런 그녀가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가왔다. 재외동포가 한국에 왔을 때 “우리말도 못하면서…”식으로 무시, 비난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싶어 내심 겁이 났다. 그녀에 의하면 내가 당시 한국어로 말하다가 중간에 “아리가토(고마워)”라는 일본어를 사용했는데, 그 말이 자기가 유일하게 알아들은 단.. 2007. 3. 8.
[씨네21] 안전한 KTX를 위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안전한 KTX를 위해 2006.12.29 글 : 정희진 (서강대 강사) 1990년 모 대학에 근무하던 여성 청소원의 급여는 29만8천원으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남성 경비원 임금(121만원)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여성들은 두 직종이 모두 20년 장기근속에 대동소이한 업무라고 생각하여, 남녀고용평등법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지방법원은 두 업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가 불가능하다며 임금 격차가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달리 말하면, 청소보다 ‘외부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경호 업무가 더 중요하고 우월하다는 것이다. 청소 노동은 경비 업무에 비해 쉼없이 일해야 하며 노동 강도가 훨씬 센데도 말이다. 전쟁영화나.. 2007. 3. 8.
[씨네21] 악마의 리더십 [유스토피아 디스토피아] 악마의 리더십 2006.12.08 글 : 정희진 (서강대 강사) 를 본 친구들은 각자 자기 상황에 적용하느라 분주했다. 악마는 폭탄주를 마신다, 악마는 데리다를 읽는 척한다, 악마는 이디피에스를 즐긴다…. 직장 상사, 선배, 지도교수, 부모….일상의 슈퍼바이저들이 총출동했다. 자기 상사와 메릴 스트립을 비교하면서, 우리 중 누가 가장 핍박받는 ‘뉴 에밀리’인지를 놓고 경쟁했다. “그래도 메릴 스트립은 추천서는 써주잖아, l년만 견디면 보상이 있잖아, 나중에 고마워는 하잖아, 사람은 알아보잖아, 능력이 뛰어나니까 후배를 경쟁자로 보지는 않잖아, 성희롱은 안 하잖아….” 내 악마만이 진정한 악마일 뿐 남의 악마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이 끝이 없었다. 그렇다. 어느 조직이나 지도자를 지.. 2007. 3. 8.
[씨네21] 눈물과 소변의 정치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눈물과 소변의 정치학 2006.11.17 글 : 정희진 (서강대 강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붙은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가 제작한 홍보 문구다. 며칠 전 나는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www.peacemuseum.or.kr) 소식지에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대표가 쓴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글쓴이는 냄새와 불결의 주범인 “소변기 밖의 소변 방울”을 방지하자는 이 카피가, 섬뜩한 가위그림이나 “정조준”, “한발 앞으로” 같은 표현보다는 낫지만, 배뇨 자세 교정보다는 남성주의를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그는 “눈물은 가시나들이나 흘리는 것… 남자는 평생 세번 운다”는 식의 남성의 눈물을 금기하는 문화는 그.. 2007. 3. 8.
[씨네21] 박근혜 대표와 성 정치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박근혜 대표와 성 정치학 [씨네21 2006-06-16 00:00] 이명박 서울시장의 ꡐ황제 테니스ꡑ 논란,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 최연희․박계동 의원의 성추행 사건에도 아랑곳없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상종가를 쳤다. 야당 ꡐ승리ꡑ의 주원인인 집권당의 문제, 즉 ꡒ부패보다 무능이 더 싫다ꡓ는 일부 여론은 소비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대중의 위태로운(그러나 어쩌면 절박한) 욕망을 보여준다. 민중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보다 자신이 동일시하고 싶은 ꡐ명품 정당ꡑ(한나라당의 표현)에 투표했다. 계급, 지역, 성별 등에 따른 개인들간의 빈부 격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ꡐ국민ꡑ의 이름으로 하나가 될 때, 결국 누구에게 이익이 돌아가겠는가. 역대 정권 중, 지배자와 피지배자는 .. 2007. 3. 8.
[씨네21] 몸계급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몸 계급 [씨네21 2006-05-12 08:00] 2004년 제작된 김정화, 공유 주연의 은 증후적 독해를 요하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 시대 한국사회의 주요 모순과 북한을 대체하는 새로운 타자(他者)의 등장을 보고한다. 패스트푸드점에 위장 취업한 얼짱 간첩에게 남한 청년이 사랑을 고백한다. 곤란해진 간첩이 ꡒ실은, 나 북에서 왔어ꡓ라고 털어놓자, 남남(南男)은 북녀(北女)를 이렇게 ꡐ위로ꡑ한다. ꡒ얘, 강북 사는 게 무슨 죄니, 괜찮아.ꡓ 이제 북한은 주적도, 타자 집단도 아닌 아예 무관심한 대상이며,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ꡐ북ꡑ은 ꡐ못사는 동네ꡑ 강북을 의미하게 된 것이다. ꡐ문둥이ꡑ, ꡐ빨갱이ꡑ처럼 특정 시대에 혐오와 공포의 명명(命名) 대상을 보면.. 2007. 3. 8.
[씨네21] 맞으면서 보호받기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맞으면서 보호받기 2006.06.02 08:00 3년 전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열린 인권회의에 참석할 일이 있었다. 직항이 없어 미국의 댈러스를 경유했다. 댈러스에서 5시간가량 다음 비행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공항쪽은 미국 비자가 없는 여행객이 공항을 빠져나가 불법 체류할 가능성이 있다며 나를 억류했다(그들 표현은 ꡐ보호ꡑ). 게다가, 자기들이 나를 감시하는 비용, 50달러를 내라는 것이다. 비자 없는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경찰 한명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자기들 맘대로 나를 불법 체류 혐의자로 상정해놓고, 5시간 붙잡혀 있는 것도 기가 막혔는데, 나를 억압하는 비용을 내가 지불해야 하다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처럼 비자 없이 미국 공항을 경유하는 여행객이 많을.. 2007.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