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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아야의 단편 수록,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세상에서 호랑이가 제일 무섭다는 조제는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호랑이를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수족관에 가고 싶었던 것도 조제에겐 물고기가 행복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좋아하는 조제는 츠네오와 함께하며 그에게서 물고기와 호랑이 즉, 행복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그녀가 유모차를 버리고 츠네오의 등에 업혔을 때 츠네오는 그 무게를 오랫동안 지탱하지 못한다. 이별의 두려움을 조심스레 안으며 원작소설이 끝났다면 영화는 그 두려움이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조제와의 이별 뒤 영화는 츠네오의 눈물을 보여주지만 영화는 신파가 되지 않는다. 츠네오 없는 세상에서 전동식 휠체어를 다리 대신 사용하고 혼자 고기를 구워먹으며 행복을 찾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에선 당당함마저 느.. 2005. 3. 14.
파울로 코옐료의 11분 사랑을 이해하고 싶긴 하지만, 그리고 내 마음을 앗아간 남자들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 적도 있지만, 나는 이제 깨닫는다. 내 영혼에 와 닿은 사람들은 내 육체를 일깨우지 못했고, 내 육체를 탐닉한 사람들은 내 영혼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32이곳에 온 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아직 이곳 말을 못한다. 라디오로 음악을 듣거나, 벽을 골똘히 바라보거나, 브라질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숙집에 있을 때는 일할 시간만을, 일을 할 때는 하숙집으로 돌아갈 시간만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고 있는 셈이다. - 63잠이 들었다가 롤러코스터 안에서 갑자기 깨어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갇혔다는 기분이 들 것이고, 커브가 두려울 것이고, 거기서 내려 토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 롤.. 2005. 3. 14.
[파리리포트] 쾌락 대신 게임을! 장 클로드 브리소의 신작 , 파격적 주제로 화제 모아프랑스의 10월은 대학이 개강해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고 정부활동이 재개되는 가장 바쁜 시기에 해당한다. 영화계로 보면 칸 초대작을 비롯해 가장 화제작들이 이 시기에 본격 개봉된다. 폴란스키의 , 슐레이만의 , 키아로스타미의 , 다르덴 형제의 이 이미 개봉되었다. 화제작 틈에서 유독 부재가 드러나는 것은 프랑스영화들이다. 몇몇 화제를 모은 작품이 있지만, 줄랍스키 감독과 헤어지는 과정을 자전적으로 담은 소피 마르소의 와 같이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감독의 스타성이 매스컴의 관심을 모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경향에 반하는 한 작품이 마침내 개봉돼 비평가들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장 클로드 브리소 감독의 . 오랫동안 빈민가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30대 중반 이.. 2005. 3. 14.
2002 한국영화 베스트 5 한 발짝 나아갔다,넓어졌다 한국영화 베스트 5 - 생활의 발견“ 홍상수는 항상 정직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 순간 홍상수는 메시지를 보낸다.” 정성일“ 허허실실 윤리학 이부작.” 심영섭“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홍성남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홍상수식’으로 ‘모방과 흉내’라는 모티브를 다시 한번 집요하게 파고든 영화이다. 전작 에서부터 조짐을 보인 변화의 가능성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밀도 있고 유연해진 구성으로 발전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이에 대해 “에서는 ‘난 과정을 믿고 거기에 건다’던 홍상수의 태도가, 한결 너그러워졌다. 이번에는 집요하게 인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거나 복마전을 헤매게 하지 않는다. 깨.. 2005. 3. 14.
정신분석학적으로 본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1] 페미니즘 `퍼니 게임` 그녀는 가끔 레슨을 하며 창 밖의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엉클어진 머리칼에 흰 새치가 듬성듬성 나 있는 피아노 선생. 그녀는 수녀나 남자의 몸을 받아본 적이 없는 여자들이 그러하듯 몸은 날씬했지만 왠지 기름기 없이 바싹 말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피아노 레슨을 할 때면 내 옆에 있기보다 팔짱을 끼고 창가에 서 있던 그녀는 내가 음표나 박자를 틀릴 때면 한숨을 쉬고 미간을 찌푸렸는데 그건 ‘넌 안 돼’란 말없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러다 화가 더 나면 그녀는 잘못된 건반에 착지한 내 손등을 사정없이 찰싹찰싹 치곤 했다. 그때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내 몸을 세게 꼬집는 느낌. 톤이 높은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끼적끼적 먹던 입들. 그녀가 피아노를 잘 쳤던가 기억이 안 난다. 나 .. 2005. 3. 14.
이자벨 위페르의 수상소감 이 일찌감치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른 것과 달리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3개부문을 휩쓴 은 다소 의외다. 독일 뮌헨 태생인 오스트리아 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이번 영화는 상영 직후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에게 여우주연상이 갈 게 확실하다는 평이 돌았지만 상을 3개씩 받으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올해 영화제 상영작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작품으로 꼽힐 만한는 일반인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비엔나의 음악학교 피아노 선생님인 그녀는 도도하고 이지적이며 우아하지만 성적 흥분을 찾는 방법은 특이하다. 여자는 포르노숍에서 남자의 정액냄새를 맡고 카섹스를 하는 광경을 몰래 쳐다보며 그자리에서 소변을 본다. 심지어 성기를 면도칼로 그어 피흘리는 데서 오.. 2005. 3. 14.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2] 얼음의 외면, 불꽃의 내면 클로드 샤브롤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결코 요조숙녀일 수 없다. 언제나 스스로 죽어가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악녀 이미지의 위페르는 결국 자기 파괴적 공격욕의 화신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을 벌이고야 마는데, 그러한 가운데 드러나는 이자벨 자신의 균열과 살의는 결국 샤브롤이 겨냥한 부르주아적인 삶의 균열을 드러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하게 된다. 나치 점령기에 불법 낙태와 매춘을 하며 정부와 놀아나는 지독한 여자 위페르나 고고하고 순진한 척하지만 약아빠진 습성이 몸에 밴 의 이자벨 위페르를 어떤 여배우가 따라올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눈빛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타락과 속물 근성에 젖어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온전히 밀쳐낼 수 없게 만드는 촛농 속의 .. 2005. 3. 14.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1] 얼음의 외면, 불꽃의 내면 수많은 유리문을 지나 여자는 음악당을 나온다. 지갑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칼을 거머쥐고 들어간 여자였지만 막상 어린 제자를 보자 그 칼로 아이를 찌를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여자. 헤아릴 수 없이 겹겹이 포위된 음악당의 유리문을 밀치고 나오는 여자의 얼굴은 마네킹처럼 무표정하다. 유리문은 겹겹이 숨겨진 불꽃처럼 여자를 포위하고 그녀는 그 문을, 겹겹이 포장된 무의식의 터널을, 힘겹게 밀치고 나온다. 어디로 갈까. 여자는 말없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린다.2001년 칸영화제는 피아니스트의 히로인, 이자벨 위페르의 발 아래 여우주연상을 갖다바쳤다. 예외없는 결정이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예감한 수상이기도 했다. 이미 위페르는 1978년 로 칸영화제 주연여우상을 수상했.. 2005. 3. 14.
2003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38편 프리뷰 [3] 잔혹한 감정적 빙하추천작 Part II - 심야가 좋다 : 미카엘 하네케의 밤1998년 런던에서 열린 미카엘 하네케 회고전에서 한 비평가는 그를 ‘논쟁적인 실존주의자’로 다소 느슨하게 규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일관되게 지닌 불편함에 대해 관객에게 경고해두는 걸 잊지 않았다. 미카엘 하네케와 그의 전작들에 대해 이렇다 할 노출이 없던 국내에 하필 가장 ‘악명’ 높은 (1997)이 만들어지자마자 곧바로 찾아왔으니 경기를 일으킬 만하다.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실실 웃으며 일가족을 끔찍하게 고문하고 몰살시켜버리는 가공스런 뻔뻔함이라니. 그런데 상종 못할 듯했던 그 인간이 이번에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국내에서도 일찌감치 비평적 찬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2002)를 보내왔다. 이자벨 위페르의 놀랍도록 치밀.. 2005. 3. 14.
정신분석학적으로 본 미하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 [2] 페미니즘 `퍼니 게임` 그녀는 거부한다, 항거한다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에리카는 대타자로서의 위치를 거부하고 자신이 원하는 마조히즘적인 위치를 고수하려 든다. 그러니까 상징계에서 작동하는, 아버지의 법에서 부과하는, 누군가의 대타자가 되는 여자를 거부하고 실재계에서 올라온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려 드는 것이다. 비극은 시작된다. 그녀는 클레메라는 아이를 품에 안고 거울에 그를 반사시키는 위치, 사회가 부여하고 있는 멜로 장르의 연상의 여인의 역할을 거부한 것이나 다름없다. 동시에 그것은 에리카 안에 가득 찬 나르시시즘에 쌓여 있는 죽음의 충동, 자신 안에 있는 해골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사실 상징계에서 남근처럼 보였던 피아노 치는 여자의 위치는 가짜 주체, 에리카의 .. 2005. 3. 14.
그녀는 미쳤다 미친 그녀는 바로 우리다 ‘피아니스트’ 미카엘 하네케 ‘그녀’는 미쳤다. 마흔 나이에 찾아온 젊은 애인에게 새도마조히즘으로 가득찬 편지를 보냈다. 그가 그 편지를 읽는 순간 그의 성기는 오그라들었다. 그녀를 향한 팬터지가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자신의 오만함을 모두 버리고 그에게 무릎을 꿇었다. 지긋지긋한 사랑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은 그런 복수극이 아니라 바로 ‘우리’에 대한 자문자답이다. 의 감독 미카엘 하네케는 교양과 상식으로 포장된 우리의 내면에 대해 질문하면서 그 내면을 갈갈이 찢어버린다. 감독이 보기에 인간이란 불결한 위선으로 가득차 있는 쓰레기다. 하지만 그의 얘기를 따르다 보면 그 쓰레기는 동정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계란 네 개를 빌미로 한 가족을 끝장내는 지긋지긋한.. 2005. 3. 14.
오!사랑하고 싶은 그녀,[피아니스트] 아가씨 VS 건달 사랑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굳게 믿는다. 2003년 비가 추적거리는 1월의 어느 주말 코아아트홀에서 를 봤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변태였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을 걸 확신했고,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게 됐다.그 여자, 피아노를 통해서만 세상에 말을 건넨다. 피아노를 치지 않을 때, 그 여자, 명령하고 부인하고 거부한다. 석고 같은 표정, 굳게 닫힌 입술, 꼭꼭 채워진 코트의 단추, 피아노 건반 위에서 탭댄스를 추는 듯한 파선의 걸음걸이, 그 어디에도 타인이 틈입할 틈은 없어 보인다. 검고 하얀 두 종류의 직사각형이 빈틈없이 일렬종대로 늘어선 이 권위적인 악기를 두드리면서 그 여자,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건달,하네케의 를 보고 그.. 2005.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