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257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 홍세화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 ‘민주화된 시대’라고 하지만, 이 사회를 배회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불안’이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각종 경제지표와 달리,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불안은 사회 구성원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아 존재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애당초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국사회가 자랑하는 역동성도 사회 구성원들이 품은 열망과 꿈의 반영이라기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추동하는 것이다. 대학에 갓 입학한 젊은이들이 취업 준비에 마음을 써야 할 만큼 실업에 대한 불안을 겪어야 하고,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근로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불안을 살아야 하는 게 이땅의 구체적 현실이다. 그것은 교육·의료·주택·노후 등 공공성이 실종되고 모두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사회.. 2005. 4. 4. 신 부르주아를 기다리며/ 김동춘 신 부르주아를 기다리며 일찍이 프란츠 파농은 “식민지 나라의 민족 부르주아지는 처음부터 서구 부르주아지의 타락을 추구한다”라고 저개발국에서는 진정한 부르주아지를 찾아볼 수 없고, “탐욕스럽고 게걸스러운 신분, 옛 식민지 권력이 베풀어주는 몫을 받아먹는 데 혈안이 된 비열한 계층만이 존재한다… 이 졸부 중간층은 위대한 이념을 만들어낼 능력도 없고 창의성도 없다”라고 식민지 부르주아의 타락상을 질타한 바 있다. 최근 한승조 교수의 ‘식민지 축복론’을 들으면서 파농의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파농이 말했듯이 식민지를 경영한 모국의 우익 혹은 부르주아는 문명을 일으키고, 예절과 학문과 문화를 자랑했지만 식민지 부르주아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리고 전자는 자기 민족과 국가를 일으켜 세우려는 나름.. 2005. 4. 4. ‘불량주부’ 학습 ‘불량주부’ 학습 평소 쾌활한 한 친구가 텔레비전을 보고 이틀 동안 우울증에 빠졌다고 한다. 〈동물의 왕국〉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거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단다. 어미가 낳은 알에서 새끼들이 깨어나자마자 벌떼처럼 어미를 뜯어먹는다. 종족 보전 방식이지만 문득 자신이 어미거미 신세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이 외식하고 찜질방 가자는 데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드러눕고 말았단다. 다음날 회사에서는 연봉 협상을 하러 들어온 직원이 거미새끼로 보여 엉뚱한 핀잔만 늘어놓았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근근이 꾸려가는 그의 심경을 월급쟁이로서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공감은 갔다. 다른 한 친구가 월급쟁이는 잘리면 의 주인공처럼 천덕꾸러기가 되는 데 견주면, 깨끗이 먹혀 치울 걱정 없는 사업가가 그래도 낫다.. 2005. 4. 4. 포르 NO!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포르노 폭력성·해악 등 파헤쳐 포르 NO! 포르노는 일상을 지배한다. 매일 아침 스포츠신문을 도배하는 만화는 성적 농담이 대부분이고, 내용은 늘 ‘강간’과 ‘폭력’ 사이를 오간다. 인터넷은 온종일 포르노 사이트 스팸메일을 배달한다. ‘정론’을 내세우는 일간지들은 모두 포르노를 염려하지만 그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 대부분에서 성인정보를 거래한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지난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8대 일간지 가운데 한 신문을 뺀 모든 일간지에서 성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여성주의 매체가 이 문제를 정면돌파하고 있다. 1997년 ‘웃자! 뒤집자! 놀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태어난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포르노를 두고 ‘억압된 성욕의 대리만족 혹은 본성의 해방적 .. 2005. 4. 4.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