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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257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중에서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개자식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마녀의 새끼들! 망할 자식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멍청이들! 부랑배들! 조무래기들! 고집불통들! 더러운 놈들! 돼지새끼들! 깡패! 썩어문들어질 놈들! 고얀 놈들! 악독한 놈들! 살인자의 종자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눈이 따갑고, 무릎이 후들거린다 우리는 더 이상 얼굴을 붉히거나 떨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모욕적인 말들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우리는 부엌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런 말들은 되는 대로 지껄여댔다. 점점 심한 말을. 하나가 말한다. -더러운 놈! 똥같은 놈! 다른 하나가 말한다. -얼간이, 추잡한.. 2005. 3. 21.
여고괴담 '진실은 있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있다 그러나 없다 아닌가 있나 없는 것 같아 아니야 있어없다고 했지 그것은 진실 진실은 있다 있다는 거짓 거짓은 있다 있다는 진실 아무도 몰라 아무도 없어 그래서 몰라 아무도 있어 그래도 몰라정답은 있다 아니다 없다 있다는 진실 없다는 진실 없다는 거짓 있다는 거짓진실은 거짓 거짓은 진실 나는야 몰라 아무도 나야 나는야 아무다.누구도 나도, 나는야 누구도 될 수 있다.진실이 거짓이 되듯 .... 아무리 외우려 노력해도 안될텐데 논리가 꼬리를 무는 내용도아니고 여고괴담을 보면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 시를 외워서 말한건지 슬쩍 컨닝하며 말한건지 재빠르게 자기가 쓴 시를 낭독하는 박예진이 대단해 보였다. 2005. 3. 21.
부러운 백수가 되라 부러운 백수가 되라 [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실업’을 즐겨라, 밥그릇 채우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리 김경/ 패션지 피처 디렉터 걸핏하면 사표를 써온 인생이다. 한번은 오늘 당장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에 쓴 사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는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고속버스에 올라탄 날도 있었다. 내 자신이 워낙 철이 없고 경망스러워서 그러기도 하거니와 잡지사 여기자라는 직업이 그만큼 고단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에서 능력 있고 자유분방한 여자들의 ‘때깔’ 나는 직업으로 곧잘 그려지지만, 현실은 환상과 아주 다르다. 오죽하면 여기자로 성공하려면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사고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단한지는 열 가지도.. 2005. 3. 21.
박재삼의 [한] 한 박재삼 감나무 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뻗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뒤로 뻗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러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런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런지 몰라! 2005.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