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257 박형준의 '저곳' '저곳' 박형준(1966~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空中)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 새는 날개를 가졌기 때문에 날 수 있는 게 아니다. 날고자 하는 욕구가, 뼛속을 비워 내려는 의지가 그로 하여금 텅빈 허공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하지만 새가 지닌 휘발성의 날개에 비하면 우리 몸이 피우는 냄새와 움직임은 얼마나 물질적인가. 지상의 밧줄에 우리는 얼마나 자주 걸려 넘어지는가. 그래서 그는 '저곳'에, 아니 '공중'이라는 말 속에 살림을 차리고 싶어한다. 나희덕 2005. 3. 3.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실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실연 프랑수아 트뤼포의 을 프랑스 문화원에서 처음 봤을 때 내 나이 스물이었다. 그때 나는 그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별로 이해하기 힘든 영화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쥴과 짐, 두 남성이 카트린이라는 한 여성을 사랑하고 함께 동거하기도 하며, 한때는 짐이 카트린과 살았다가 카트린이 싫증을 내면 다시 쥴과 함께 살고, 그런 도저한 자유주의를 이해하는 게 참으로 힘들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쥴인가, 짐인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카트린이 싫증을 내자 파리에 있는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해서 "이쪽으로 와줘. 카트린이 싫증을 내고 있어. 카트린과 함께 살아줘. 그럼 옆에서 나도 카트린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저렇게 멍청한 남.. 2005. 3. 3. 그러타니까 백과사전 그러타니까 백과사전 '그'소름처럼 화들짝 심장과 영혼에 동시에 돋아난 사람. 은둔한 게이샤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소슬하게 맺혀있던 사람. 너라는 기름을 싣고 평생 힘차게 달려보겠다고 말해주던 사람. 눈에 콩깍지를 씌어준 후 잠시 후 자발적으로 그 콩깍지를 거두어 간 사람. 버선코처럼 뾰족한 팔꿈치를 가진 사람. 라꾸라꾸 침대처럼 의식 속에서 접혔다 퍼졌다 하며 사라지지 않는 사람. '아무도 그립지 않아...'라고 혼잣말을 할 때 돌연히 떠오르는 사람. 내 불편한 흉곽들만 들추어내며 깐죽거리던 사람. 그래도 죽도록 밉진 않았던 사람. 허밍으로 '번개의 잠'을 들려주던 사람. 폐활량이 유난히 깊어 키스에 집착하던 사람. '쥐라연합'에서 만난 파시스트. 도발적인 스피닝을 멈추지 않던 판타스틱 턴테이블리스트... 2005. 3. 3. [퍼온글] 是非와利害에 관한 사회학적 판단 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쓴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시비(是非:옳고 그름)와 이해(利害:이익과 손해)가 있다. 여기에서 네 가지 방도가 생긴다. 가장 좋은 것은 옳으면서 이익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옳지만 손해가 되는 일이다. 세번째는 그르면서 이익이 되는 일이며 가장 안좋은 것이 그르면서 이익도 되지 못하는 일이다. 옳지만 손해가 되는 일이 그르면서 이익이 되는 일보다 앞에 오는 것이 눈에 띤다. 지금도 이렇게 말하는게 당연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야 이익이 되는 일이 우선일 때도 많은 시대이다. 지금은. 나는 두번째와 세번째가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둘지 자신이 없다. 현실에서 두 가지 사이를 항상 오고가고 있고 이익보다 옳은 것은 당연히 우위라고 언제나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고 있는 듯 하다. .. 2005. 3. 3. 이전 1 ··· 42 43 44 45 46 47 48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