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257 [퍼온글] ''세속적인 일을 하면서 맑은 정취를 간직하는 것'' 아래 글에 이어서... 유배중인 다산 정약용을 실로 몇 년만에 큰 아들이 찾아옵니다. 큰 아들에게서 작은 아들의 소식도 듣습니다. 작은 아들을 염려하며 편지를 써서 큰 아들 편에 보낸 내용 중 일부입니다 . (이 내용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책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들으니 너는 닭을 기른다고. 양계는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닭을 기르는 것에도 우아하고 비속한 것, 맑고 탁한 것의 구별이 있다. 농서를 숙독하여 좋은 방법을 시험하되, 혹은 색깔별로 구분해보기도 하고 혹은 횟대를 다르게 해 보기도 하여 닭이 살지고 윤기가 흐르며 번식하는 것이 다른 집보다 낫게 하고, 또한 시로 닭의 정경을 그려내어 사물로써 사물을 풀어 보내기도 하는 것, 이것이 독서한 사람의 양계다. 만약 이익만 생.. 2005. 3. 3. 쉼보르스카 '두 번이란 없다' 두 번이란 없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 실습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를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夜)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 돌은 아닐까? 악의의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 흘러가야 해 흘러간 것은 -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2005. 3. 3. 나에게 유일한 VS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 허문영 /영화평론가 [한겨레] 유럽의 실비오-중동의 아윱 ‘축복과 저주’ 너무도 다른 성장 의 실비오는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16살의 고등학생이다. 의 아윱은 이란의 쿠르드족 마을에 사는 소년이다. 둘은 아마도 동갑이고, 모두 예쁜 눈을 가졌다. 하지만 두 영화를 나란히 보면 두 소년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두 영화를 성장영화라고 부를 때, 성장은 축복과 저주를 아우르는 텅 빈 말이 된다. 서유럽의 풍요가 축복의 성장을 낳고, 중동의 고난이 저주의 성장을 낳았을 것이다. 두 영화의 또 다른 대립항은 성장영화가 정치를 언급하는 방식이다. 하나는 수없이 언급하면서 정치를 지워버리고, 다른 하나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육중한 정치적 전언에 이른다. 은 우리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한 성.. 2005. 3. 2. [퍼온글] 공포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털어놓는 것이 범죄행위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현재의 구조는 불평등하고 부당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 죄가 되어 감옥을 가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이렇게 저렇게 하면 모두가 공평하지 않겠느냐고,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템을 들고 나오는 것 자체가 불법이던 시절이 있었다. 오직 주는 것만 받아먹고, 주지 않으면 굶어서 죽거나 몰래몰래 도둑질이나 사기로 목숨을 부지해야 했던, 스스로 당당하게 무엇인가를 만들려 하거나 요구하면 절대로 안 되던, 대통령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담기만 해도 끌려가서 얻어맞고 간첩이 되거나 최소한 벌금 몇푼의 즉심이라도 받아야만 했던, 그리하여 술자리에서조차도 스스로 혓바닥을 검열해야만 했던 처절하고도 비굴한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시절이 우리의 기억에서도 어.. 2005. 3. 2.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