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257 함민복의 '개' 개 - 함민복망둥이를 낚으려고 노을 첨벙거리다가 돌아오는 길 어둠 속에서도 개는 내 수상함을 간파하고 나를 겁주며 짖는다 내가 여기 더 오래 살았어 네가 더 수상해 나는 최선을 다해 개를 무시하다 시끄러워 걸음을 멈추고 개와 눈싸움을 한다 사십여 년 산 눈빛은 초저녁 어둠도 못 뚫고 똥개 하나 제압 못 하니 짖어라 나도 내가 수상타 서녁 하늘에 낚싯바늘 같은 달 떠 있고 풀뀅기에 낀 망둥이 댓마리 푸덕거린다 어제 교보문고에 갔다가 문학잡지인 '문학판'에서 함민복의 시를 발견해 다이어리에 적어왔다. 아주 갓 올라온 시다. 시속에 정말 함민복 시인이 그려진다. 그래서 교보문고에 철퍼덕 앉아 적어댔는데 눈치가 좀 보였다. 그리고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었는데 그 자리에서 단숨에 읽게 만들만큼 소설이 .. 2005. 3. 1. 박목월의 '가정' 지상에는 아홉 켤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전등이 켜질 무렵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켤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문 반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문 삼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한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문 반.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문 반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이 시를 어제 kbs에서 봤다. 삽화와 함께 보고 있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버지 생각에, 하.. 2005. 3. 1. 함민복의 '가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2005. 3. 1. 기형도의 '엄마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비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2005. 3. 1. 이전 1 ··· 50 51 52 53 54 55 56 ··· 6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