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91 책임을 맡기고 싶지 않다 “책임을 맡기고 싶지 않다” 곽병찬 논설위원 “저는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그의 시정연설을 들으면서 떠오른 느낌은 이랬다. 아, 그는 자신을 모세나 여호수아쯤으로 생각하는구나. 온전히 신의 부름에 헌신하며, 민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 시나이의 광야를 가로질러 가나안으로 간 사람. 맞아, 그 정도는 돼야 이렇게도 말할 수 있었겠지.“국민의 고통은 저에게도 뼈저린 아픔입니다.” 그런데 고통은 누가 가져온 거지? 그가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사태가 터지고 계속 헛발질한 건 누구였지? 펀드를 사겠다고 한 그의 말을 믿고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일까. 아니면 위기다, 아니다, 위기다, 아니다를 반복한 그의 말에 요동쳤던 사람들일까... 2008. 12. 24. 내 자신이 녹아버릴 것 같다 신문을 읽었다. 바람의 화원 원작자 이정명 작가의 인터뷰 기사.이 대목에서 눈물이... 아무래도 감성 조절장치가 고장났나보다.기자와 소설가 중 어느 때가 더 행복하세요? “그땐 그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행복해요. 기자로 돌아다닐 때는 그게 너무나 재밌었죠. 회사 그만둔 건 일이 싫어서는 아니었어요. 조직에서 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두려웠습니다. 그냥 안주하고 살면 내 자신이 녹아버릴 것 같았어요. 마흔살에도 계속 회사를 다니면 왠지 굉장히 불행해질 것 같기도 했고요. 서른아홉 살쯤에 회사를 그만뒀어요. 뭘 하든 내 걸 하고 싶어서 일단 뛰쳐나왔던 거죠.”녹아버릴 것 같다는 표현.그 마음을 나도 알기에... 좋아하는 소설책도, 티비도, 영화도 마음속에만 쌓아놓고 살아가는 요즘모든 말이 비수가 된다. 모.. 2008. 11. 6. 사랑을 믿다 사랑을 잃는 것이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온 인류가 그런 일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손쉽게 극복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른 채 늙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드물게는.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죽을 때까지 그런 경험만 반복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삶이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종종 실연의 유대감에 대해 생각한다. 세상에는 내가 떠나든 그들이 떠나든 둘 중 한쪽은 어느 별인가로 떠났으면 좋겠다 싶은, 참으로 호감이 가지 않는 인간형들이 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우연히 그들 중 누군가가 얼마 전에 지독한 실연을 당했다는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나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조차 싫었던 그 인간을 내 집에 데려와 술을 .. 2008. 10. 7. [세상읽기] 박구용- 삶은 계산되지 않는다 [세상읽기] 박구용- 삶은 계산되지 않는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쾌락이 증가한 만큼 고통도 깊어지는 것이 역사라지만, 고통의 체념이나 미화는 반역사적이다. 자유는 불의 때문에 생긴 고통을 못(안) 느끼는 것이 아니라 제거하려는 역사적 의지고 실천이다. 따라서 자유의 학문인 철학은 제 땅에 넘쳐나는 고통의 뿌리인 억압과 배제를 비판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철학자는 그 때문에 무엇이 허세욱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사회적 정의나 역사적 사명을 위해 자기 몸에 불을 사르는 사람은 없다. 살아 있어야 정의도 의미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사후세계의 절대적 자유와 정의를 약속하는 종교조차 자살을 권고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강요된 죽음만 있을 뿐, 자발적 죽음은.. 2008. 9. 15.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19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