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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혹''이 아니라 ''유혹'' [야!한국사회] ‘불혹’이 아니라 ‘유혹’ » 정희진 서강대 강사·여성학 종교는 우리에게 죽음 뒤에 삶이 있다고 말하지만, 사랑은 죽음 전에 삶이 있다고 말한다. 노동처럼 사랑(보살핌, 대화, 정치적 연대 등을 타인과 공유하는 활동)과 섹스는, 생존의 조건이자 인간의 존재 형식이다. 사랑받는다는 것은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 〈마더〉라는 영화에서 70대 여성이 30대 남성과 사랑을 나눈다. 게다가 그는 딸의 애인. 고통 받는 그 여자는 “난 아직 죽을 준비가 안 되었나 봐”라고 흐느낀다. 죽을 준비 중의 하나는 사랑하지 않는 것인가?시한부 환자나 노인에 대한 사회적 투자는 회수하기 힘들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효율성을 둘러싼 회의와 논란에 부닥친다. 이들을 위해 자원을 사용하는.. 2007. 6. 15.
[한겨레] 발바리? [야!한국사회] 발바리? » 정희진 서강대 강사·여성학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들은 불편하거나 ‘흥미진진’하다. 성폭력을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문제 제기하거나 남성 권력을 비판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자극해서 성폭력당해야 한다면, 살의를 불러일으킨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하나?”, “여성은 왜 웃통 벗은 단정치 못한 남성을 강간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성폭력 가해자도 무서워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는 여성운동가도 무서워한다. 그래서 여성들은 성차별에 대해 말할 때, “제가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는 접두어를 강박적으로 사용한다. 성폭력을 고발하고 분노하는 여성들은, 남녀 모두에게 ‘불쾌감’을 주기 쉽다. 한국 사회의 성폭력 신고율은 발생 건수의 2~6%에 불과하며, 성폭력 가해자의 70.. 2007. 6. 15.
[한겨레] 다를 수 있는 권리 [야!한국사회] 다를 수 있는 권리 » 정희진 서강대 강사·여성학 며칠 전 늦은 밤 혼자 택시를 타게 되었다. 급히 타느라 몰랐는데, 기사가 흰색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다. 그는 비스듬히 뒤돌아보며 “어디로 모실까요?” 물었다. 영락없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쇄 살인범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곧 그의 얼굴에 화상 상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택시 운전이라는 서비스직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고달플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여성이 밤에 택시 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의 처지에서는 자기를 보고 비명을 지르는 승객들이 무섭고 서러울 것이다. ‘정상적인’ 몸에 대한 집착, ‘다름’에 대한 두려움이 사람들 의식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단.. 2007. 6. 15.
[한겨레21] 친밀함, 낙원과 지옥 사이 친밀함, 낙원과 지옥 사이2007년 2월 2일 제646호 ▣ 권김현영 홍익대 강사 2005년에 강간 사건은 5년 전보다 68% 증가했고, 밤길을 두려워하는 여성은 69%이다. 통계청이 ‘무서워하는 여성’을 위한 시장이 형성돼가고 있다고 보고할 정도이다. 강간과 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한 여성의 공포를 시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비열한 수작이지만, 이런 공포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것은 흥미롭다. 2004년 기준으로 혼자 사는 여성 독신 가구는 175만 가구이다. 2005년 한 경제지의 조사에 따르면 독신을 원하는 여성은 전체의 87%에 달한다고 한다. 독신을 원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이유로는 38%가 외로움에 대한 공포를 들었다지만, 독신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으로 90.. 2007.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