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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줄기세포의 상처와 수치심 줄기세포의 상처와 수치심 야!한국사회 연말에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힘든 일을 겪는 여자친구를 지켜보았다. 그의 위장은 운동을 멈춰 음식을 넘기지 못했고, 뇌 전원은 여러 날 꺼지지 않았다. 내장 깊이 골수까지 상한 그가 걱정스러웠다. 두 가지를 알게 되었다. 하나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를 선택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보장된 것은 행복권이 아니라 행복 추구권인 것처럼, 그가 상처받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친구의 주된 감정은 상처인 반면, 상대방(들)이 주장하는 괴로움은 수치심이었다. 둘 다 고통스럽지만, 상처와 수치심은 다르다. 상처는 자신과 만남에서 발생하지만, 수치심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서 비롯된다. 상처는 사유의 열매지만, 수치심은 명예 의식과 관련하여 발달된 감정이다. 이제.. 2006. 1. 5.
[왕의 남자] 이준기 情人의 눈매, 광대의 품성, 의 이준기 [씨네21 2006-01-02 08:00] 의 공길이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면 세상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는 왕의 마음을 뒤흔들지는 못했을 것이다. 겁먹은 듯이 올려다보던 첫 번째 시선, 꽃과 나비가 노는 그림자극을 하며 곱게 웃던 눈매, 붉은 댕기를 늘어뜨린 채 무너지던 애처로운 자태. 광대 장생과 연산의 파국에 동행하는 공길은 그 앳된 얼굴에 웃음이 서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주고 싶어지고, 그 하얀 얼굴에 먼지가 닿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내 몸의 상처쯤은 상관없어지는 정인이었다. 그 남자 이준기를 캐스팅한 이준익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졌고, 자신도 모르게 잠재된 끼를 발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눈빛이 좋다”는 말로 통.. 2006. 1. 4.
* 이 경우 남편들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아내 자살케한 `잔악한' 남편에 징역20년 [연합뉴스 2005-12-30 06:03] 유서 쓰게 한 뒤 농약 건네…법원 "직접 살해보다 더 잔인"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학대를 못 이겨 가출한 아내가 다른 남자와 동거했다는 이유로 감금한 뒤 음독 자살케 한 잔악한 40대 남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민일영 부장판사)는 30일 가출한 아내를 붙잡아 감금한 뒤 농약을 먹도록 강요해 숨지게 한 혐의(위력자살 결의 등)로 구속기소된 박모(44)씨에게 원심대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1980년 박씨와 결혼한 J씨가 가출을 결심한 것은 2002년 2월. 시장이나 목욕탕을 갈 때에도 허락을 받으라고 할 정도로 의처증이 심했던 박씨가 둔기 등으로 상습적인 구타를 했고 심지어는 성적 .. 2005. 12. 30.
이외수 [백수가] 이외수 - 백수가 그대여, 오늘 하루도 잘, 뒹굴 뒹굴 하였는가. 봄날의 곰처럼 정오의 공작처럼 빈둥 빈둥 오, 아름다운 그대의 삶. 그대의 부모는 그대를 보고 말할 것이다. "자~알 한다." "자~알 하는 짓이다."라고 아아. 나 역시 그대를 보고 말하나니 그대여 자~알 한다. 정말이지 자~알 하는 짓이다. 자~알 살고 있는 그대가 오늘도 나에게 물어왔다. 도대체 할 일이 없다고, 도무지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대는 나에게 물어왔다. 그렇다 그대여. 지금 그대에게 할 일이 없다. 세상엔 정말이지 그대가 할 만한 일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그대가 지금 잘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기업인은 '세계는 넓고.. 2005. 12. 29.
나는 감정의 서민 노인 75세 이후의 삶이란 인간이 절멸된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 메리 파이퍼나는 감정의 서민웬만한 감정은 내게 사치다연애는 가장 호사스런 사치처량함과 외로움, 두려움과 적개심은 싸구려이니실컷 취할 수 있다나는 행위의 서민뛰는 것, 춤추는 것, 쌈박질도 않는다섹스도 않는다욕설과 입맞춤도 입 안에서 우물거릴 뿐나는 잠의 서민나는 모든 소리가 그치기를 기다린다변기 물 내리는 소리화장수 병 뚜껑 닫는 소리슬리퍼 끄는 소리잠에 겨운 소근거림소리가 그친 뒤 보청기를 빼면까치가 깍깍 우짖는다나는 기억의 서민나는 욕망의 서민나는 生의 서민나는 이미 흔적일 뿐내가 나의 흔적인데나는 흔적의 서민흔적 없이 살아가다가흔적 없이 사리지리라.황인숙 시인의 에 나오는 '노인' 全文'. 2005. 12. 29.
[시평]수건 속에 갇힌 피의자 인권 [시평]수건 속에 갇힌 피의자 인권[한겨레]2004-05-12 02판 27면 191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매일처럼 이어지는 사건·사고 보도 때마다 어김없이 텔레비전에 등장하는 화면이 있다. 수건이나 잠바를 머리에 푹 뒤집어쓴 피의자의 모습이 그것이다.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이들의 범죄 혐의는 절도, 강도, 밀수,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등 비교적 파렴치하거나 엽기적인 것일 때가 많다. 피의자들도 주로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다. 기자들은 사건 내용을 간략히 보도한 후 피의자에게 집요하게 마이크를 들이대며 ‘뻔뻔스러운’ 변명을 유도하곤 한다. 압수된 골프채, 칼 따위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뒤에서 고개를 푹 숙인 피의자들의 모습으로 보도를 마무리하는 것도 천편일률적이다. 가끔은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2005. 12. 27.
각자의 소중한 양심을 위하여 각자의 소중한 양심을 위하여 군대 가면 ‘비양심’ 되는 것 아니냐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병역거부는 안된다고? 김두식/ 한동대 법학부 교수 · 변호사 군법무관으로 입대하여 훈련이 끝나갈 무렵, 우리들 모두 가장 끔찍한 경우의 수로 생각했던 것은 특전여단 배치였다. 원래 군법무관은 장교 훈련만 끝나면 제대할 때까지 다시 훈련받을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특전여단에 배치되면 누구라도 예외 없이 공수훈련을 받고 낙하산을 타야 한다고 했다. 장난이 아니라 진짜로 비행기에서 여러 번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 남부지법 앞에서 시위를 벌인 재향군인회.(사진/ 류우종 기자) 입대의 양심, 거부의 양심 모두 중요 결국 추첨을 통해 지지리도 운 없는 동료 몇명이 특전여단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한.. 2005. 12. 27.
[시평]유언장을 쓰는 부모들 [시평]유언장을 쓰는 부모들[한겨레]2004-08-04 06판 23면 1936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얼마 전, 정신지체, 자폐 등 발달장애를 지닌 아동들의 부모 모임인 ‘기쁨터’에서 동료 변호사가 특강을 하게 되어, 나도 동행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장애인 가족이 알아두면 도움이 될 법률상식에 관한 그의 열띤 강의가 끝나자마자, 부모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이의 장애를 알고 나서, 우선 돈부터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죽고 나면 아이를 위해 유산을 관리해줄 제도적 장치가 있나요?” “아이가 성인이 될 때를 위해 공동체를 준비하려면, 어떤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나요?” “아이가 문제행동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여 경찰서에 갈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등등 질문은 끝이 없.. 2005. 12. 27.
[시평]연극이 끝난 후 [시평]연극이 끝난 후[한겨레]2004-09-01 02판 23면 192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화제의 풍자극 ‘환생 경제’의 동영상을 〈오마이뉴스〉에서 보고, 나는 여러 번 놀랐다. 비록 연극이기는 했어도, “불×값” “육××놈” “개×놈”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같은 표현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는 데 우선 놀랐고, 품격 있는 정치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 의원들이 그 공연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랐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노골적인 표현 가운데 일부는 대본에 없었는데 준비기간이 짧아 대사를 제대로 못 외운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라는 어느 의원의 해명이었다.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족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자주, 그리고 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대사.. 2005. 12. 27.
[시평] 마초 학교 수강생 모집 [시평] 마초 학교 수강생 모집[한겨레]2004-11-03 06판 23면 1929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지난 9월 서울 법대 1학년들을 대상으로 법조계 문화에 관한 특강을 했다. 화제가 결혼풍속 쪽으로 흐르다 보니 “여러분이 지금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법연수원을 마칠 때쯤이면 다수가 마담뚜의 도움을 받아 아내를 얻게 될 것”이라는 반농담의 예언까지 하게 되었다. 딴에는 지금의 순수함을 잃지 말라는 경고로 덧붙인 이야기였다. 강의 끝나고 한 학생이 질문을 던졌다. “여기 앉아 있는 법대생의 40퍼센트가 여학생인데, 교수님은 왜 모든 청중이 당연히 남학생인 것을 전제로 그런 이야기를 하시나요?” 아차 싶었지만 주워 담을 수도 없어 즉시 사과한 뒤 “강의 중에 성차별적인 내용이 또 있.. 2005. 12. 27.
[시평]마침내 검사와 여고생까지 [시평]마침내 검사와 여고생까지[한겨레]2004-01-21 01판 23면 194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며칠 전 한국방송에서 또 한 편의 ‘검사’ 드라마를 시작했다. 검사를 우려먹다 못해 이번에는 검사와 여고생의 결혼 이야기란다. 신파극 ‘검사와 여선생’에서 시작된 유구한 ‘검사’ 드라마의 전통이 마침내 ‘검사와 여고생’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안 봐도 뻔하다, 이번 드라마에 등장하는 젊은이도 분명히 권총 들고 직접 범인을 잡으러 다니며, 각종 격투기와 검도에 능한 ‘엘리트 검사’일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이건 어디까지나 강력계 형사의 몫이지 강력부 검사의 역할은 아니건만, 드라마에서는 줄기차게 이런 이상한 ‘엘리트 검사’들만 그려댄다.법조계에는 변호사도 있고 판사도 있는데 유.. 2005. 12. 26.
[길라잡이]‘88비디오극장’의 추억 [길라잡이]‘88비디오극장’의 추억[한겨레]2003-05-02 01판 09면 1921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1983년 나는 서울 변두리 어느 신설 고교의 1학년 학생이었다. 햇살 따사로운 어느 토요일,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반가운 종소리를 들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즈음, 학생주임 선생님의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방송을 통해 들려왔다. “전교생은 5분 안에 운동장에 집합할 것.”조금이라도 늦으면 매타작의 ‘시범 케이스’가 됨을 알고 있었던 학생들은 앞다투어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잠시 후 특수부대 출신으로 알려진 체육 선생님의 ‘지도’ 아래, 원산폭격, 팔굽혀 펴기, 땅바닥에 누워 팔다리와 고개 들고 오래 버티기, 오리걸음 등 평소 교련, 체육시간을 통해 연마한 ‘각종 묘기들’이 전교생에 의해 운동장.. 2005.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