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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64

노벨상은 아무나 타는게 아니야 1982년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느날 아내와 차를 타고 가다 "이제부터 집안 살림은 당신이 맡아, 나는 글을 쓸테니" 그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는 작가가 되서 원고지가 벌어다주는 돈으로 살다죽으면 원이 없겠다고 생각해왔다. 울 언니가 그 비화를 나에게 전해주더니 "죽어도 좋을만큼 글을 쓰고 싶어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거지 생계의 수단으로 여기니까 안 되는거야" 라고 덧붙였다. 나에게 그런 열정은 없다. 아주 미세하다. 거기에다가 그 좁쌀만한 열정도 꺼져가려 한다. 내참... 2005. 3. 1.
그 사람 변할지도 모른다. 상할지도 모른다. 불량품이었을지 모른다. 싫증날지도 모른다.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날 상처입힐 수도 있다. 상처입히고, 불량품이고, 변했고, 상했다한들 그를 잃기가 죽기보다 싫어 생고집을 부리고 있는게 '사랑'이지 않을까. 2005. 3. 1.
설마 총각일까, 설총이 너무 많아요 늦은 밤 기차를 타고 집에 내려가는 길, 아이 둘을 데리고 탄 남자가 있었다. 그가 의자를 돌려앉았기때문에, 나는 그의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보고 있었다. 그다지 젊어보이지 않은 외모인 그는 몸이 작고,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상한 아버지의 역할을 정말 열심히 해내고 있었다. 의자에 한 아이는 누이고, 앉아있는 한 아이에게는 얼굴도 쓰다듬어 주고, 먹을 것도 주면서 미소를 은근히 띤 얼굴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는 결혼전부터 아니 연애할 때부터 자상한 아버지의 얼굴과 품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또다른 남자, 종착역에 다다른 그는 젊은 남자였다. 젖먹이 아이를 품에 안은 그의 얼굴은 잔뜩 찌뿌려져 있었다.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 2005. 3. 1.
이별편지 오랜만에 내가 그에게 쓴 이별편지들을 읽었습니다. 하나같이 서운한 마음과 그를 그럼에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들이었습니다. 그와 내가 헤어지면서 좋은 사이로 헤어지고 싶어 제가 제안을 했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전화해주기를 말이죠. 전화를 하지 않게 되는 날은 이렇게 정했습니다. 우습지만내가 그를 처음 사랑했을때의 마음이 들때까지로. 하루하루 그는 전화를 꼬박꼬박 했습니다. 처음엔 의무적으로, 어느 날은 예전처럼 장난도 쳐가며, 그렇다고 우리가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는 일도 아닐텐데.... 나는 고통스러우면서도 기다려지는 전화받기를 했습니다. 내가 그를 사랑했던 감정들이 다시 살아날 듯한 전화를 받으면 전화받기는 이제 끝나야 하는... 전화받기는 내 패배로 끝났습니다. 결국 그가 나하고 전화하기를 끝내고.. 2005. 3.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