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의 산문64 졸업앨범 나는 제복을 싫어한다. 그래서 경찰도, 군인도 싫어한다. 개성있는 인간도 아니면서, 매일마다 바뀌는 현란한 패션을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면서 제복을 무지 싫어한다. 못생긴 사람은 제복을 입으면 아예 사라지지만 예쁜 사람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 된다. 그래서 그럴까? 난 제복을 싫어했다. 졸업앨범을 위해 학사모를 찍어야 했다. 난 학사모를 쓰기 싫었다. 그것이 사진으로 남겨진다니 싫었다. 사진을 찍을 당시 제출해야 될 보고서가 날아가 사진 찍기를 포기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신에게 감사했다. 당연히 정장입은 사진만을 찍고, 졸업식에도 가지 않았고, 졸업앨범도 없다. 부모님께서 졸업식장에 오신다는 것을 나는 "서울에서 학원을 다니던 때라 중요한 수업을 들어야 하느라 졸업식은 못 가겠다"고 박박 우겨 무마시켰다... 2005. 3. 1. 슬픈 음악을 듣는다는 건 가사가 없는 앙드레 가뇽의 피아노연주는 슬퍼서 눈물이 난다. 음표의 위치가 만들어내는 소리가 눈물을 만들어낸다. 예전엔 음표의 위치에 동반되는 영상이 있어 내가 눈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요즘도 그런 음악을 들으면 여전히 슬퍼 눈물을 흘리지만머릿속은 백지상태다. 완전한 음표의 위치 변화에 따른 뇌속의 반응이다. 눈물은 뇌의 기억장치 작동으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인 행동일지도모른다. 그런데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 노력한 삶, 누군가를 잊기위한 노력들이 이제는 노력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아무리 내가 사랑했던 추억을 떠올리려 해도 하나도 조금도 생각나지 않는다. 옛날 옛적에 본 시시한 영화처럼 감흥이 없다.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머금은 내 얼굴을 볼 때의 공허함이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 2005. 3. 1. 낙원빌라로 초대합니다 휘양은 미스 좌가 운영하는 낙원빌라에 입주자로 선택된다. 저녁식사와 509호라는 방이 무료로 3년간 제공되는 대신 매일 밤 미스 좌라는 원장에게 휘양은 자신의 하루일과를 보고해야 한다. 단, 이름이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이야기로 채워져야 하고, 그것을 하지 못했을때 미스 좌가 원하는소원 한가지를 들어주면 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이런 곳이 어디 있어?'라며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나 곧 이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게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성립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주인공 휘향처럼 미스 좌의 노예가 되어버리게 될 미래를 떠올렸다. 그거야말로, 사설감옥이다. 올드보이에 나오는 전경린 소설집의 단편소설인 에 나오는 내용이다. 낙원빌라를 읽으면서전경린씨가휘양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창작노트가 너무 궁금해 미칠 지경이.. 2005. 3. 1. 설렁탕집에 와서 피자를 찾는 사람인양 어젠 이성을 잃을만큼 화나는 일이 있었다. 화가 난 순간 참을 수 없을만큼 내 모습이 흉하지만 그 화난 것을 주체하지 못해 뭐라고 던지고 부서져야 하는 순간은 꼭 거쳐야 수습이 되는. 한 10분쯤 수돗물을 내버리자 내 눈물 대신 나온 것 같아 "물아 미안하다 괜히 널 낭비했다"며 물을 끄고 나왔다. 나는 비정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법은 없고, 이 세계의 고유한 룰이 곧 법칙이고 진리가 되는,,, 독재자의 세계. 독재자의 법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아주 친근한 얼굴이 다가와 '하느님을 믿는냐'고 물어본다. 보통 때는 무시하지만, 평소 전도를 하러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직업일까? 종교에 대한 신념일까? 너무 궁금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물어보았다. 직업적으로 하세요? 그는 아니라고.. 2005. 3. 1. 이전 1 ··· 7 8 9 10 11 12 13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