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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남자는 달래야 한다? 남자는 달래야 한다? 며칠 전 모 신문사에서 주최한 ‘남성과 가족’이라는 주제의 신년 좌담회에 갔다. 그 자리에서 만난 어떤 남성이 내게, “여자들이 자기 주장을 하기 전에, 남자를 위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자도 피해자다, ‘싸우기 전에’ 남자들을 달래야 한다”는 요지의 ‘충고’를 했다. 물론, 그는 ‘목소리 큰 여자들’이 ‘걱정’되어, 좋은 뜻으로 한 말이다. 여성운동이 “남자랑 싸우자”는 주장인가? 장애, 노동, 민족운동 등 다른 사회운동가에게도 “네 목소리를 낮추고 지배 세력을 위로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진짜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왜 “아빠, 힘내세요”라는 노래는 합창되는데, 가사, 임금, 육아의 3중 노동에 시달리는 ‘일하는’ 엄마들을 위한 노래는 없는가…. .. 2005. 2. 28.
[한겨레] 책 말해요, 찬드라 - 정희진 말해요, 찬드라 - 정희진 정희진의 책읽기>'말해요, 찬드라' 이란주 “여기, 카드 돼요” 나의 이 한 마디에 상대방의 얼굴은 분노와 공포를 감당하지 못했다. 그는 나를 경찰 프락치나 이주노동자 전문 협박꾼으로 생각한 것 같다. 얼마 전 동남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내가 무심코 ‘저지른’ 일이다. 가게는 (불법이므로) 신용카드 처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과를 거듭하고 가게 문을 나섰지만 이 사건은 내게도 ‘상처’가 되었다. 뜻하지 않게 가해자가 되고 보니 그간 여성이라는 이유로 내게 무례했던 남성들도 이해가 되고, 나의 ‘피해자 정체성’ 역시 상대화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나의, 혹은 우리 사회의 일상적 감수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내국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 2005. 2. 28.
여배우는 늙지 않는다 여배우는 늙지 않는다 [한겨레]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나이를 초월한 30대 언니들의 전성시대 … 90년대 멜로 시절 이미지 관리하며 영화·드라마 종횡무진 고현정이 돌아왔다. 고현정 신드롬과 함께 돌아왔다. 10년 전 모습 그대로.은 시청률 30%에 육박하고 있고, 벌써 10억원짜리 광고 계약을 마쳤다. 네티즌들은 “34살 고현정의 외모 나이는 25살”이라고 감탄해 마지않는다.극중에서도 20대 중반이지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고소영이 돌아온다. 올해 안에 영화를 찍을 작정이다. 연예기획사와 5억원에 계약도 맺었다. 2003년 1월 영화 이후 2년 만이다. 심은하의 복귀설이 끊이지 않는다. 팬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열성팬들은 영화제에 펼침막을 들고 나가 복귀를 호소한다. 심은하.. 2005. 2. 28.
[이프] ''남성 요부''의 현실과 급진성,『인 더 컷』 '남성 요부'의 현실과 급진성,『인 더 컷』 여성주의 저널 에 게재섹스를 원하는 것은 죽음을 원하는 것 『인 더 컷(In the Cut)』의 엔딩 크레딧에는 세 곡의 노래가 흐른다. 이리와 내 사랑 / 나쁠 일은 없어 / 네가 내 팔에 / 안겨 있는 한 / 소리치지 마 / 울지도 마 / 난 널 떠나보낼 수 없어 / 살은 부풀고 / 목은 창백해져 / 내 손톱에 짓이겨져도 / 소리치지 마 / 울지도 마 / 난 널 떠나보낼 수 없어 / 당신 목소린 이제 없어 / 이제 넌 날 상처 낼 수 없어 / 죽음은 사랑의 친구...... 두 번째 나온 이 노래를 못 듣고 나간 관객이 많을 것 같다. “난 널 떠나보낼 수 없어(I just can`t let you say goodbye)”. 이 노래 가사에 의하면, 섹스나 .. 2005. 2. 28.
새해에 빌어보는 소망 새해에 빌어보는 소망 대학 2학년 때 버스를 타고 가다 잠이 드는 바람에 ‘588’이라 불리는 청량리 성매매 업소 거리를 지나치게 되었다. 버젓이 버스가 다니는 2차선 도로인데도 길 양편에 성매매 업소가 붉은 전면 유리창으로 이어져 있었다. 지나가는 남자를 잡아끄는 야한 공주처럼 옷을 입은 여자들은 놀랍게도 고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유심히 바라보던 내 눈에 눈물이 흘렀다. 슬프다고 느끼기도 전에 계속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세상이 무서웠다. 몇 해 전에 전북 군산에 있는 성매매 업소 집결지인 대명동과 개복동에 화재 참사가 있었다. 피해 여성들은 감금 상태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했다. 성매매 업소 100m 앞에 파출소가 있었는데도 경찰관들 중 일부가 업주로부터 주기적으로 뇌물을 받.. 2005. 2. 28.
[여성부발간책자] ‘다른 목소리’ ‘다른 목소리’ /정희진여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발간 책자 원고 나는 10여 년 전부터 대학과 시민단체, 정부 기관과 노동조합에서 여성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 상담, 인권, 사회운동, 폭력, 섹슈얼리티, 탈식민주의 등 기존의 분과 학문 체계를 횡단하는 다양한 주제들을 여성주의 시각에서 강의한다. 내 강의에 대한 반응은 크게 “어렵다”, “재밌다” 두 가지다. 어려운 것과 재밌는 것은 반대가 아니라 연속선의 감정인데,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강사와 소통이 된(“알아듣는”) 순간, ‘난해함’이 쾌락으로 변하는 것을 경험한다. 흥미로운 것은, 내 강의가 쉽다고 평하는 사람들은 주로 전업주부, 폭력 피해여성, 저학력 생산직 기혼 여성 노동자 등, 소위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우리 사회에서 목소리가 침묵 당해온 .. 2005. 2. 28.
[이프] 멜로드라마의 남성 연대 멜로드라마의 남성 연대 /정희진 페미니스트 저널 2004년 겨울호 게재 , , 의 여자들... 나 역시 ‘폐인’이었던 MBC 드라마 는 대단히 재미있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는’ 않다. 는 신데렐라 드라마보다 더 재앙이다. 여성을 팔방미인으로 재현하는 는 매우 여성 혐오적, ‘민중’ 혐오적, 서구 중심적 텍스트다. 얼마 전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도 증명되었듯이, 한국 남성들은 현모양처형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현모양처는 기본이다. 현모양처에다 똑똑하고 돈도 잘 버는 여성을 배우자로 원한다. 는 이러한 한국 남성의 여성 판타지를 빼어나게 재현한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밥 잘하고 정숙하면 됐지만, 현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밥만 잘해서는 어림도 없다. 밥 잘하면서 돈도 잘 벌고, 정.. 2005. 2. 28.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피아니스트]에게 2 이자벨 위페르의 영화 는 '사랑은 여자의 일이되, 사랑의 주체는 남자'라는 이 체제의 법칙을 거부한 여자가 그녀 가슴의 내파(內波)를 견디지 못하고 자폭한 이야기다. 어떤 여자들에게 이 영화는 당황스럽고, 어떤 여자들에게는 혼란스럽다. 어떤 여자들에게는 극심한 통증이다. 언제나 상처는, 해석은, 이야기는 자신의 풍경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한참 추울 때 혼자 이 영화를 보고 온 후 나는 이틀을 몸져누웠다. 내게 기운을... 기운이 너무 없었다. 이런 나의 '감수성'에 감탄하거나 조소하던 친구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아팠다고 고백한다. 이 영화가 당황, 혼란스러운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사랑하는 젊은 남 자로부터 피학증(매저키즘)을 원하는 위페르의 욕망은 페미니스트의 '정치적 올바름'에 딴지.. 2005. 2. 28.
위대한 과학자의 실패한 사랑 - 아인슈타인 1914년 아인슈타인은 이혼을 하고 싶지 않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지키라는 편지를 밀레바에게 보냈다. 첫째, 내 방과 옷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고 하루 세끼 식사를 내 방으로 가져올 것, 내 방의 물건에 절대로 손대지 말 것. 둘째, 집에서 당신 옆에 앉으라고 하지 말 것이며 같이 외출하는 일은 꿈도 꾸지 말 것. 셋째, 내가 부르면 즉시 대답하고 어떤 애정도 기대하지 말 것이며 방에서 나가달라고 할 때 즉시 나가줄 것 등" 위대한 과학자의 실패한 사랑 - 아인슈타인 조숙경/포항공대 과학문화연구센터 박사후 연구원 과학동아 2002년 5월 skcho@postech.ac.kr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을 규명하는 작업에서 그의 첫번째 아내였던 밀레바 마리치와의 비밀스런 일화가 지속적으로 연.. 2005. 2. 28.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피아니스트]에게 1 여성주의 저널 에 게재 / 정희진 욕망으로서 매져키즘 - 에게 이런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새삼 대한민국에 이런 지면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안도한다. 이 작고 겸손한 매체조차 많은 여자들이 진땀 흘리고 흥분하고 모욕당해가며 얻어낸 것이리라. 이렇게 촌스런 말로 서두를 시작하는 것은 자기 검열로 떨고 있는 소심한 나를 자위(自衛)하기 위함이다. 며칠 전 어느 대학에 강연을 갔다. 이야기하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태어난다면 두 가지 점에서 남자로 살고 싶다"고 했다. 하나는 (아무리 낮은 계급의 남자라도)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그 많은 자질구레한 진 빼는 노동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점, 그래서 그들은 '이성'적일 수 있고, 초월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질문 시간에 어느 학생이 .. 2005. 2. 28.
[아웃사이더] 가정폭력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정치학 가정폭력을 둘러싼 정치적인 것의 정치학 - 진보와 보수는 누구의 전선인가 /정희진 게재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냉정하다. 건조하게 다시 쓴다면, '고정 관념이 사실을 만든다'. 영화 에서 잉그리드 버그먼의 분열처럼 성별(gendered) 사회에서 인식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은 늘 '내가 본 것을 믿을 것인가, 남(성)이 말한 것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로 고통받는다. 처음 원고 청탁을 받았을 때 "자기 검열 없이 '급진적'으로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감당할 수만 있다면 '급진적'인 것이 좋다"는 의 답변이 맘에 들었다. 다른 모든 폭력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은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검열과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것은 내게 중요한 문제다. 가정폭력에 대해 급진.. 2005. 2. 28.
'예비역 병장'의 심리에 대한 소고 '예비역 병장'의 심리에 대한 소고 권혁범 (대전대 정외과 교수) 한국 남성들의 정체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군복무 경험이다. 20세 신체 건장한 남자는 삼대 독자가 아니라면 특권층 부모의 빽이 없는 한 군대에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가기 싫어한다. 스무살의 나 같이 '철없는' 사람, 즉 징병제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만이 '신성한 국방의무' 운운하며 훈련소에 자랑스럽게 걸어 들어간다. 옆에서 '남자는 모름지기' 하며 부채질하는 인간들 탓도 크다. 굴욕, 억압, 복종으로 점철된 2년여 고난의 행군 동안 군대에 대해 맘속으로 혹은 사석에서 온갖 저주를 퍼붓는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예비사단에서 지급한 개구리 복을 입은 채 사회로 '복귀'할 때! 이제 수난시대는 갔고 애국심.. 2005. 2. 28.